노동계 "정치자금 제공 금지 단협에 명시"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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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정치권에 거액을 준 기업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가 일선 사업장의 단체협약에 불법 정치자금 제공 금지를 명시할 것을 사용자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 문제는 정치권에서 뿐 아니라 내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 집중되는 '춘투(春鬪)'와 맞물려 노동계에서도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앞에서 지가회견을 열고 산하의 전 사업장 노조가 내년 단체협상에서 △불법 정치자금 제공 금지 △정치자금 제공자 경영 추방 △투명한 기업 경영장치 마련 등을 공동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각 사업장 노조에 지침을 내려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도록 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한보그룹 비자금 사건이 불거진 1990년대 후반 한 차례 정치자금 제공 금지를 들고 나왔지만 계양전기 일진금속 한국제강 등 몇몇 금속업체를 빼고는 대부분 단체협약에 명시하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게 노동계의 각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18일 열린 노사 실무위원회에서 불법 정치자금 근절방안을 공식 의제로 채택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제공한 기업주와 이를 받은 정치인들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기업과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끼친 손실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당기업 노조원과 소액주주 등을 대상으로 고발단과 대표소송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또 "재벌과 기업주가 '차떼기'로 수백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정치권에 상납한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국 차떼기 경제인연합회'로 전락한 전경련은 즉각 해체하라"고 비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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