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 100명중 84명 "아들 있어야"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8시 46분


경상도 사람들은 여전히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아들선호의식은 남녀평등 문제를 넘어 부부의 노후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 위덕대 장덕희(張德姬·사회복지학부) 교수가 25일 경북지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직접 면접을 통해 ‘경북의 남아선호의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4%가 ‘아들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여성의 아들선호 의식이 더 높다=첫 아이에 대한 성별 선호도는 남녀 모두 아들을 더 원했다. 특히 첫 아이로 딸을 낳은 경우 둘째 아이는 남성의 64% 여성의 72%가 아들 낳기를 원했다. 딸만 있는 부부의 경우 아들을 낳을 때까지 출산하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표 참조

남자 아이를 원하는 이유는 ‘대(代)를 잇고 노후 안정 때문’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딸보다 아들이 부모에게 더 든든한 느낌을 준다는 의식이 뿌리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비 불균형의 원인에 대해 남성은 전통적 생활습관(25%) 남성들의 남아선호(22%) 남성중심 사회제도(21%) 순이었고, 여성은 남성중심 사회제도(33%) 생활습관(25%) 순으로 답했다.

▽낙태로 이어지는 아들선호의식=임신 중 성감별을 한 경우(19%) 가운데 아들이 없는 부부(79%)가 아들이 있는 부부(22%)에 비해 매우 높았다. 성감별 이유에 대해 여성은 아들을 낳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4%를 차지했으나 남성은 기형 여부를 알기 위해서가 41%를 차지했다.

성감별 결과 딸이라는 이유로 낙태를 한 경우는 8.1%로 나타났다. 낙태 횟수는 1회가 65%였고 2∼3회 32%, 5∼6회 2.8% 순이었다. 낙태 경험에 대해 여성의 대답이 남성보다 2배 가량 높아 남편은 아내의 낙태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아들이 없는 부부는 아들 낳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시부모의 눈치 등 외부 환경 때문에 아들 출산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딸 출산 지원 강화해야=아들이 대를 잇는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으면 아들선호는 앞으로도 여전할 것으로 정 교수는 내다봤다. 정 교수는 “호주제도 등을 부분적으로 바꾼다고 해도 오랫동안 이어진 생활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딸을 출산하는 경우 교육비와 육아비용을 정부가 대폭 지원하는 현실적 조치를 일정기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스스로 아들선호 분위기에 대처해 남녀평등 태도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녀 출산은 여성만의 의무나 책임이 아닌 부부 공동의 몫이라는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부가 24일 청소년과 대학생 등 대구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68%가 ‘다시 태어나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이유는 △취직이나 사회생활에 도움 △우리 사회는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고 우대 받음 △여자보다 덜 위험 등을 꼽았다.

이에 비해 여성들은 44%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답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대답(38%)보다 많았으나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유는 ‘앞으로는 여자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많았고 ‘군대에 가기 싫다’는 대답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혼 남녀와 기혼 남녀를 조사하는 경우 아들선호에 대한 대답이 다를 수 있다”며 “대학생 때는 아들 딸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정작 결혼을 하면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사회구조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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