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차남 재용씨 수백억 빼돌려 美에 빌딩 구입”

  • 입력 2003년 10월 31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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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29일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在庸)씨가 출처 불명의 자금 수백억원을 국내에서 빼돌려 최근 미국 남동부 애틀랜타 근교의 빌딩을 구입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현대비자금 중간전달자인 김영완(金榮浣·미국체류)씨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서 받았다고 주장한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무기명채권으로 바꾼 과정을 추적하다 재용씨가 수백억원대의 현금을 해외로 빼돌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재용씨는 1999년 출국한 이후 국내에서 빼돌린 돈으로 빌딩을 구입한 뒤 현지에 회사를 차린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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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재용씨가 출국 이전 국내에서 100억원대의 현금을 동원해 친지가 운영하던 사채업체를 인수한 뒤 김씨 등이 갖고 있던 무기명 채권과 어음 등을 할인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재용씨가 입국하는 대로 그를 상대로 현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며, 출처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이 돈이 재용씨가 전 전 대통령에게서 증여받은 비자금의 일부인지에 대해조사 중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연계된 단서는 찾지 못했다”면서 “재용씨가 귀국해 조사하게 되면 그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해외에서 빌딩을 구입하고 사채업에 손댄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얼마 전 재용씨가 출처불명의 수십억원대 현금을 해외로 도피시킨 정황도 포착한 바 있으며 이번에 밝혀진 빌딩 구입 자금은 이와는 별개의 돈이다.

검찰은 또 재용씨가 할인해준 채권 중 47억원어치를 최근 압수했으나 대부분 부도가 나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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