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女산악회 한꺼번에 참변

  • 입력 2003년 10월 21일 2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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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부서진 버스 21일 오후 경북 봉화군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사고 현장. 버스의 차체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고 차 주위에는 승객들의 소지품이 널려 있다. 봉화=변영욱기자 cut@donga.com
처참하게 부서진 버스 21일 오후 경북 봉화군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사고 현장. 버스의 차체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고 차 주위에는 승객들의 소지품이 널려 있다. 봉화=변영욱기자 cut@donga.com
산악회 회원 등 31명이 탄 관광버스가 추락한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 매표소 앞 계곡의 사고 현장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사고 순간=사고버스는 21일 청량산 등산을 마친 승객들을 태우고 편도 1차로 비탈길을 정상 부근에서 3km가량 내려오다 갑자기 뒤뚱거리며 중앙선을 넘어 건너편 옹벽을 들이받고 다시 튕겨나왔다가 계곡으로 추락했다.

부상자 박타관씨(60·여)는 “갑자기 버스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계곡으로 떨어지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며 “한참 뒤 깨어보니 살려달라는 비명과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사고 순간을 전했다.

목격자 정민호씨(32)는 “사고 발생 직후 300여m 떨어진 곳에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버스 바깥에 시신이 널려 있었고 찌그러진 차 안에 사상자들과 부서진 의자, 유리창 조각 등이 한데 뒤엉켜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버스가 추락할 당시 ‘쾅’ 하는 소리가 300여m 떨어진 매표소까지 들릴 정도였다”면서 “사고지점에서 도로까지는 가파른 낭떠러지여서 발만 동동 굴렀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현장=부서진 버스 유리창을 통해 튕겨 나온 승객들의 시신과 소지품 등이 개울과 부근 바위 위에 처참한 모습으로 널려 있었다. 버스가 계곡 바닥에 부딪혔을 때의 강한 충격으로 승객들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버스 주변에 흩어져 있기도 했다.

버스는 차체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유리창이 박살난 채 개울에 처박혀 있었다. 버스 안의 의자도 대부분 찌그러지고 곳곳에 핏자국이 나 있어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말해 주었다.

현장 구조에 나선 경북 영주소방서 119구조대 관계자는 “너무 처참한 모습이어서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구조 및 조사=사고가 나자 경찰관, 119구조대, 청량산관리사무소 직원 등 100여명과 구급차 20여대 및 헬기가 출동해 구조작업을 폈으며, 이날 오후 5시40분경 사상자를 안동 영주 등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은 버스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브레이크 파열 등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운전사 신팔수씨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일부승객들은 버스가 내려가면서 계속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운전사 신씨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채혈을 해 조사 중이며 부상이 심한 신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운전 부주의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승객 중 상당수가 안전띠를 매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을 조사했던 봉화경찰서 관계자는 “승객의 절반가량이 버스 바깥으로 튕겨나온 점으로 미뤄 상당수의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타는 가족=사고를 당한 최옥춘씨(54·여)의 딸 이정선씨(27·회사원·대구 달서구 두류1동)는 이날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청량산으로 등산을 간다는 말을 듣고 출근했다”면서 “아직 소식이 없어 휴대전화를 걸어도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산악회 회장으로 사고를 당한 지병련씨(65·여) 집에는 딸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지씨의 남편과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황급히 사고현장으로 떠났다.

달서구 두류1동 서대구시장 상인과 부근에 사는 주부 등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미붕산악회는 매달 한 차례씩 등산을 해 왔으며 회원 30명은 이날 당일 일정으로 청량산 단풍구경을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봉화군청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피해자 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승객 상당수가 주민등록증을 소지하지 않아 신원 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 사고버스는 전세버스공제조합의 영업용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다.

봉화=최성진기자 choi@donga.com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사망자 명단 (전원 여성)

▽봉화 혜성병원

신원미상 1명

▽영주 성누가병원

유영임(55) 이종후

신원미상 2명

▽안동 성소병원

성한술(67) 손상태(66)

정월선(60)

신원미상 1명

▽안동병원

오정득(64) 김호자(60)

이정숙(57) 송경희(56)

박갑선(69) 박태수(65)

▽영주 기독병원

지병련(65) 전번자(62)

이상 총 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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