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씨 영장청구]영장서 드러난 돈 전달 경위

  • 입력 2003년 10월 15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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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비자금 11억원을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전달하는 과정에는 학연으로 연결된 ‘삼각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를 손길승 SK회장에게 소개해준 이영로씨는 최씨의 고등학교 9년 선배이자 손 회장의 초등학교 1년 선배여서 이런 인연으로 돈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해 12월중순, 민주당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회 회계 책임자로 일하면서 많은 빚을 진 최씨는 이씨에게 “선거운동 과정에서 진 빚을 해결해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이에 이씨는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 저녁, 부산의 모 횟집에서 초등학교 1년 후배인 손 회장을 만나 이러한 사정을 말하고 10억원을 요청했다. 이씨는 이전에도 손 회장에게서 모 대학 교수인 부인 배모씨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손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였다.

손 회장은 그 자리에서 “앞으로 SK에 대한 지원을 부탁한다”며 이씨의 요청을 수락했다.

다음날 이씨는 손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때 진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사람은 바로 최도술씨”라며 “돈은 양도성예금증서(CD)로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즉시 회사직원들에게 비자금을 현금으로 찾아 CD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최씨는 같은 달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건호(建昊)씨의 결혼식이 끝난 뒤 서울 P호텔 일식당에서 손 회장을 만나 1억원짜리 CD 11장(1개월물)을 받았다. 이 때 동석하기로 했던 이씨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자리에 오지 못했다.

손 회장은 이와 관련해 “CD를 현금화할 때 공제되는 이자 등을 감안해 11장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최씨는 CD를 바로 이씨에게 전달했고 이씨는 투신사 등을 거쳐 CD를 현금으로 바꾼 뒤 부인 배씨의 계좌에 입금시켰다.

이 중 1억원은 이씨의 부인 배씨의 연구지원비로 사용됐고, 10억원은 이씨와 최씨가 나눠 사용했다. 그리고 아직 일부 자금이 배씨의 계좌에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리고 최씨는 “3억9000만원을 이씨에게 받아 일부는 대선 때 진 빚을 갚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씨는 3억9000만원만 이씨에게서 받아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이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최씨는 대통령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될 무렵인 올 2월 서울에서 손 회장을 한번 더 만났다.

그러나 “이때는 두 사람이 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고 특별한 청탁 등은 없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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