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배 '골프 대령'은 현역 아닌 예비역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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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에 권총까지 차고 시민들이 많이 모인 도심 행사장에서 골프용품을 구입, ‘공개수배’를 받았던 의문의 ‘육군 대령’은 현역이 아닌 예비역인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 헌병감실은 지난 3일 낮 서울 무역전시장에서 골프용품을 구입한 대령은 지난 95년 예편한 李모씨라고 15일 밝혔다.

이씨가 당시 골프용품을 구입하던 모습은 한 시민에 의해 카메라에 찍힌 뒤 ‘군인이 어떻게 업무시간에 총을 차고 골프채를 사러 돌아다닐 수 있냐’는 항의와 함께 6일 동아닷컴에 제보됐다.

이에 따라 동아닷컴은 취재를 위해 육군에 인물 파악 협조를 요청했고 군은 현역 대령을 대상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군은 수사에 성과가 없자 지난 13일 동아닷컴에 ‘공개수배’를 요청했고 사이트에 사진을 게재한지 하루 만에 독자의 제보로 李씨의 신원을 확보했다.

이씨는 자택으로 급파된 수사관에게 “병사들에게 일체감과 친근감을 주기 위해 강연 때 전역 당시의 군복을 입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당황해 했다.

또 조사결과 이씨가 당시 소지한 권총은 38구경 리벌버와 모양이 비슷한 가스총이었던 것으로 밝혔다.

수사를 지휘했던 헌병감실 관계자는 “이씨는 전역 후에도 사병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목사이고 예비역이기 때문에 군을 사칭했다고 볼 수없다”면서 “목적이 군 선교활동임으로 죄를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육군본부 군종감실에서 군종목사로 근무하다 대령으로 예편한 뒤 그동안 군 장병을 대상으로 꾸준히 선교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일에도 강연을 위해 서울 인근 해병대를 방문하던 도중 가족과 함께 행사장에 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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