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잘고른 교구 하나, 책 열권의 효과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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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 목적을 지닌 장난감인 교구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춰 크기와 형태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교구를 가지고 놀며 수학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

교육적 목적을 지닌 장난감인 교구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춰 크기와 형태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교구를 가지고 놀며 수학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

《올해 세 살인 병훈이는 교구를 이용해 로켓 발사대, 미끄럼틀 등을 만들며 노는 재미에 빠져 있다. 인근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갈 때도 교구를 챙겨 다닐 정도. 병훈이는 언젠가 공룡을 만든 적도 있는데 다양한 교구를 이용해 공룡의 손톱과 발톱, 꼬리 등이 지닌 특징을 잘 나타냈다. 요즘 병훈이는 방문 교사와 함께 막대 모양의 교구를 이용해 버스 기차 등을 만드는 놀이도 하고 있다. 막대를 연결해 얇은 판을 만든 뒤 이를 이어 붙이면 직사각형의 입체 도형이 된다. 원기둥과 막대를 이용해 바퀴를 붙이면 버스가 된다. 이 놀이를 통해 병훈이는 선이 모이면 면이 되고, 면이 모이면 입체가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익히고 있다. 병훈이가 가장 아끼는 건 플라스틱 교구를 이용해 자신이 만든 바다 속 풍경. 병훈이는 인어아가씨, 물고기, 바위 등이 있는 바다 속 풍경을 만들어 거실 한 편에 붙여 놓고 들여다보며 뿌듯해 한다. 병훈이를 지도하는 김은경 교사는 “병훈이는 책에 나온 장면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자주 한다”면서 “교구를 가지고 놀면서 사물이나 상상 속의 이야기를 실제 만들고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교구는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장난감으로 인형, 자동차 같은 것과는 다르다. 장난감 안에 인지적인 자극을 주는 교육적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 바로 교구다. 교구는 아이가 놀이를 통해 사고 능력을 발달시키고 사회성을 기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교구 선택=아이의 발달 정도에 적합한지 안전하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교구는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는 무독성 재료로 제작한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 있는 회사의 제품을 고르고 지나치게 가격이 싼 교구는 피하도록 한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교구는 원목,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만들어져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영아기(생후∼24개월)=모서리가 뾰족한 형태는 피하고 원색과 파스텔 색상이 포함돼 있는 교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파스텔 색상은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아이가 교구를 입에 넣어도 삼킬 수 없도록 크기가 최소 3cm 이상 되는지 확인한다.

영아기에는 손가락 근육과 같은 소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손바닥 전체로 물체를 잡는 것이 특징. 이처럼 대근육이 발달한 시기에 세밀하고 복잡한 장난감을 주면 흥미와 자신감을 잃을 수 있으므로 크기가 6cm 이상 되는 교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유아기(24개월∼초등학교 입학 전)=영아기 때 사용하던 교구보다 작고 모양이나 크기별 분류가 가능한 교구를 선택한다. 이 시기에는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사용이 가능하므로 미세한 활동을 통해 뇌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 공간, 분류 등의 개념이 생기므로 크기별로 분류하거나 같은 모양, 형태끼리 모을 수 있는 교구를 고르도록 한다.

크기를 측정할 수 있도록 눈금이 그려진 교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영아기 때보다 더 다양하고 개수가 많은 교구를 사용하도록 한다. 동물의 꼬리만 보여주고 꼬리의 주인공이 돼지인지 토끼인지 맞춰보는 것도 아이의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블록과 같이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구는 아이의 창조성과 상상력을 키워준다. 이 때문에 정형화된 모양을 가진 교구보다는 형태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구가 좋다.

▽아동기(초등학교 시절)=넓이, 높이 개념을 익힐 수 있게 제작된 교구를 선택하도록 한다. 아이의 집중도를 파악하고 놀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교구를 통해 만든 사물의 크기를 재어 보고 넓이를 구해보도록 함으로써 수학적 원리를 재미있게 터득할 수 있다.

하지만 학습 측면만을 강조하면 아이가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으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놀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구 프로그램=교구를 제작하는 업체에서는 대부분 교구와 학습 프로그램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교구와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회사가 지닌 교육 노하우와 함께 교육의 질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한국프뢰벨㈜은 12개월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문 교사가 주1회 교육을 실시하는 신은물, 준은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각이 있는 교육의 ‘생각가베’는 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춰 2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몬테소리의 ‘메르토이 가베’는 10단계로 구성돼 있다.

교구는 아이가 놀이를 통해 공간, 길이, 높이 등 다양한 개념을 파악하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부모는 교구 놀이를 통해 단기간에 학습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는 갖지 않도록 한다.

▽부모의 역할=아이가 교구를 가지고 놀 때는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다. 교사로부터 배운 개념을 부모가 아이와 함께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교구를 가지고 노는 기간은 3년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 교구에 금방 싫증을 낼 경우 새로운 걸 사주기보다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본다. 아이가 교구를 싫어할 때는 교사와 상의해 놀이를 중지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프뢰벨㈜ 김연혁 차장은 “부모는 교구를 통해 당장의 효과를 바라기보다는 아이가 살아가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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