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과 성관계 무죄선고 논란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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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을 강간한 혐의(청소년 강간 등)로 기소된 대학생에 대해 1,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A군(19·대학 1년)은 2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B양(17·고교 3년)에게 성관계를 가질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B양이 긍정적으로 답하자 만남을 제의했다. 그러나 B양이 거절하자 “만나주지 않으면 성관계를 가졌다고 인터넷에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해 결국 B양의 집주소를 알아냈다.

B양 집에 찾아간 A군은 B양을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인근 공터로 가 성관계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그러면 왜 만나러 나왔느냐”고 독촉, 성관계를 가졌다. B양은 그 뒤 A군과 사흘간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B양은 그 뒤 경찰에 “강간당했다”고 신고했으며 조사과정에서 “A군이 오른팔을 뒤로 꺾으며 강제로 옷을 벗겨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군은 “B양이 앉아 있던 조수석을 뒤로 젖힌 것은 사실이지만 B양이 스스로 옷을 벗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는 “인적이 없는 장소에서 야간에 승용차 문을 잠그고 17세의 청소년을 위협, 성관계를 가진 것은 청소년 강간에 해당한다”며 4월 A군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서울고법 형사4부(구욱서·具旭書 부장판사)는 15일 “B양은 A군이 성관계를 목적으로 만나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성관계 후에도 성적인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은 강제적 성관계 후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오후 9시라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B양 집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공터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면 B양의 심리상태가 특히 위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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