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선파문 확산]사법부도 ‘保革 소용돌이’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42분


코멘트
대법관 제청 방식 및 내용 등과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선 판사들이 대법원장에게 재고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파문이 확산되면서 사법파동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장 판사들 왜 반발하나=파문의 발단은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이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에 따라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에 사법시험 10, 11회 출신인 현직 법원장 3명을 추천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서는 9월 선임될 신임 대법관이 대법원의 변화와 개혁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돼야 한다며 중견 변호사와 여성 고법 부장판사 등을 후보로 추천했다.

상당수 판사들도 연공서열에 따른 피라미드식 승진구조가 법관의 소신 판결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대법관 제청에서 새로운 인사방식이 도입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현직 법원장 3명을 자문위에 추천하자 이들 중 일부가 더 이상 인사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실력행사’에 나선 것.

자문위원이었던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과 박재승(朴在承) 대한변협회장이 12일 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박시환(朴時煥)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13일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판사들 무엇을 요구하나=연공서열에 따라 대법관 후보가 정해져 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조금이라고 바꿔달라는 게 개혁을 주장하는 판사들의 요구다.

사직서를 낸 박 부장판사는 “이번 자문위에 후보로 올라온 고위 법관 개개인의 면면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며 “대법원이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들의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사표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판장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판사들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대법원의 인적구성이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한다면 대법원은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문의 전망=연판장에 서명한 소장 판사가 100명을 넘고 중견 판사들도 다음주 대응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법원도 자문위를 탈퇴한 강 장관과 박 변협회장의 행동을 “책임감을 망각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앞으로 전국의 판사들이 소장 판사들의 사법부 개혁 요구에 어느 정도 동참해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해결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