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경찰인데…"공갈전화에 공무원들 수백만원 보내

  • 입력 2003년 7월 21일 2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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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내 시군과 교육청 공사 담당부서 등의 간부 공무원들이 경찰관을 사칭한 40대 공갈범에게 수백만원을 뜯긴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지검 수사과는 “최근 공갈 혐의로 구속된 황모씨(42·무직)를 조사한 결과 황씨가 경남지역 시군청과 지역교육청 과장, 계장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9차례에 걸쳐 사건 무마비 명목으로 820만원을 송금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21일 밝혔다.

황씨는 2월 7일 A교육청 관리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창원지검 특수부에 파견된 경찰관이라고 속인 뒤 “최근 2년간 발주한 공사를 특정 회사에 몰아줘 다른 업체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진정서가 접수됐다”며 “상사에게 부탁해 잘 처리해 줄 테니 식사비와 수고비를 보내라”고 협박해 자신의 통장으로 10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다.

황씨는 4월과 6월 3차례, 7월 들어서는 5차례 경남도내 5개 시군의 건설 및 도시과장 등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창원지검 파견 경찰관이나 경남경찰청 형사라고 속인 뒤 같은 방법으로 30만∼200만원씩 뜯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한 건설업체에도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업체 관계자의 신고로 붙잡혔다.

관련 공무원들은 대부분 “비위 사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 돈을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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