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주민 85% “골목길 CCTV 대환영”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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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사생활 보호와 안전 중 어느 쪽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할까.’

국내 처음으로 골목길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8개월간 운영해 온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지역의 방범효과 등을 분석한 결과 범죄는 줄고 주민들은 CCTV의 설치를 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부터 10일까지 강남구가 e메일 리스트에 있는 주민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답변을 한 2587명 중 85%의 주민이 CCTV 설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골목길 방범용 CCTV 설치가 인권침해라는 인권단체나 법조계 등의 비판과는 달리 거주민들은 자신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의 사생활 침해는 개의치 않음을 보여준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불안하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11월부터 논현동의 다세대주택이 밀집된 골목길에 5대의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절도와 강도 사건이 잦았던 곳. 대당 15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이 CCTV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며 12배 이상의 줌인(zoom in) 기능을 갖추고 있어 500m 앞까지 볼 수 있는 고성능 장비다.

화면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논현1파출소와 논현1동사무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범죄와 쓰레기 투기가 많이 줄었으며 주민들이 매우 흡족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CTV 설치 후 논현동 관내는 범죄발생률이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논현1파출소는 올해 상반기 범죄감소율 전국 최우수 파출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골목길 쓰레기 투기도 30% 이상 줄었으며 쓰레기가 계속 쌓였던 까치공원 앞은 CCTV가 바로 위에 설치되자 쓰레기가 사라졌다고 동사무소 직원은 전했다.

주민 이모씨(50·상업·강남구 논현동)는 CCTV 설치 후 동네가 안전하고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20대 여성(강남구 논현동)은 CCTV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생활도 사생활이지만 사람이 안 다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답했다.

강남경찰서는 설문결과와 범죄율 감소에 힘입어 올해 말까지 강남 일대에 267대의 CCTV를 더 설치할 방침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총체적인 무규범성으로 인해 감시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며 “당면한 위험에 대해 사람들은 약간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감수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인간은 항상 사생활 침해에 대한 잠재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자신이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신변의 안전을 위해 사소한 사생활 침해 정도는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지난해 “편리함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커지면서 사람들은 사생활 노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됐다”며 “개인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빅 브러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나 전체주의 권력이 아니라 (편리함을 추구하며 기본권을 포기하는) 사람들 자신”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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