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된 느티나무 선 땅 ‘국가 75%-개인 25% 소유’…잘릴위기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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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필동의 한 주민이 마을의 3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이종승기자
서울 중구 필동의 한 주민이 마을의 3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를 가리키고 있다. -이종승기자
서울 도심에서 300년 넘게 주민들에게 그늘과 휴식을 제공해 주던 나무가 생사(生死)의 기로에 놓였다.

문제의 나무는 서울 중구 필동 2가 주택가 한가운데 서 있는 느티나무. 이 나무가 뿌리 내리고 있는 100여평 규모의 필지에 대한 지분 소유권에 변동이 생기면서 오랜 세월 풍상을 견뎌온 고목(古木)을 베어내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나무가 뿌리 내린 필지는 국가지분이 75평, 개인소유 25평으로 이뤄진 공유지분. 빌라를 짓기 위해 나무 옆 필지를 구입한 사람이 나무가 있는 필지의 개인소유 지분까지 사들이면서 구청에 국가지분에 대한 매입 절차를 문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나무 인근에 사는 주민 25명은 “주민들에게 그늘과 휴식을 제공하는 300년 이상 된 나무가 빌라 건설 때문에 베어져서는 안 된다”며 중구청에 국가지분의 토지를 팔지 말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주민 이모씨(45)는 “국가지분이 개인에게 넘어가면 나무가 베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땅을 팔면 한 개인에게만 이익이 될 뿐 인근 주민은 피해를 보고 나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지 지분을 사들인 김모씨는 “토지를 사들인다고 해서 나무를 베는 것은 아니다”며 “빌라가 들어서면 주차공간이 협소해 질 것을 우려한 주민 몇 사람이 정당한 사유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에게 ‘공익’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하지만 국가지분 토지가 개인에게 넘어가면 그 안에 있는 나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지분의 토지를 매각하는 것은 재정경제부가 결정한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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