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녀교육 노하우 가르쳐 드려요" '부모교육' 인기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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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인간생활환경연구소가 개설한 ‘부모존경 자녀존중’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자녀교육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이화여대 인간생활환경연구소가 개설한 ‘부모존경 자녀존중’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자녀교육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7일 오전 이화여대 생활환경대 강의실. 이 대학 인간생활환경연구소가 학부모들을 위해 개설한 ‘부모존경 자녀존중’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후반의 어머니 10명이 자녀를 기르면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고 올바른 지도법을 토론하고 있었다. “초등 6학년인 아들이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계속 졸라요. 어린이날 선물로 다른 것은 필요 없고 무조건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하더군요.휴대전화 전자파가 건강에도 좋지 않고 공부에도 지장이 많을 것 같아 고민입니다.” “요즘 그 또래에서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왕따’ 당해요.중학교에 가면 아마 안 사주고는 못 배길 거예요.” “그래도 초등학생한테 휴대전화를 사주는 건 문제가 있지요.”》

학부모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자 교수가 대안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는 가장 절실한 것 아닙니까. 차라리 요즘 4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를 사려면 아이들이 용돈을 얼마나 오랫동안 모아야 하는지 가족회의 등을 통해 자녀와 토론해 설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유치원생과 초등 2학년 아들을 둔 신정희씨(36)는 “과거 내가 자란 방식이나 막연한 상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의 양육법도 고칠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아이와 부모관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인관계도 이해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부모교육 강좌 인기=요즘 초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를 어떻게 하면 올바로 기를 수 있는지를 부모 입장에서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부모 자녀교육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 부설 연구소나 사회교육원, 아동심리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을 상대로 10주 안팎의 강좌를 통해 자녀의 발달특성 및 심리구조 등을 공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화여대 인간생활환경연구소는 12주 과정으로 자녀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고 한 학기에 10여명씩 모집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두 시간씩 자녀교육의 필요성, 아동발달 단계, 민주적 자녀양육법 등에 대한 이론 강의와 함께 사례 중심으로 학부모들이 토론하고 지도교수가 바람직한 지도법을 알려주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중앙대 산업교육원은 가정주부 등을 대상으로 ‘방과후 아동 지도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방과후 아동지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겨지거나 학원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자녀의 안전은 물론 생활지도, 학습능력 향상, 사회적 정서적 발달 등을 학부모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한양대 사회교육원이 주부 등 성인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아동상담’ 강좌에서는 부모교육, 아동문제 행동 특성 등 4개 과목에 걸쳐 공부한다. 15주 과정이고 3월과 9월에 개강하며 학력 제한 없이 선발한다.

다솜아동청소년연구소는 부모교육과 함께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놀이치료, 사회인지 프로그램, 청소년상담 등을 운영하고 있다. 8주 과정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과 자녀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 조화로운 부모 자녀 관계 등에 대해 배운다.

이 연구소 최미경 박사는 “자녀에게 적정한 부모의 관심과 훈육이 필요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자녀교육을 소홀히 하고 인지 능력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의 발달 단계별 지식, 성격적 기질 및 특성을 이해하면 자녀지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자녀지도법=전문가들은 자녀교육에 민주적인 태도와 일관성 있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자신의 편의에 따라 태도를 바꾸거나 부모의 생각만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을 타율적인 인간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혼내겠다거나 보상을 해주겠다는 식의 태도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거래’로 인식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녀와 대화를 한다면서 사실은 아이의 말을 듣기보다 부모의 의견을 장황하게 강요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어떤 일을 잘 하거나 못했을 때 ‘착하다’ ‘못됐다’는 등의 인성적 칭찬이나 비판보다는 ‘숙제를 잘 했구나’ 식으로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 도현심 교수는 “부모와 자식간에 문제가 됐을 때는 부모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과도한 칭찬은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자녀교육은 어머니만 할 게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 교육을 받는 등 공동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자녀 올바로 키우려면▼

요즘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언론에 보도되는 문제 청소년에 대한 기사를 보면 대부분 가정환경이 언급되고 문제아 뒤에는 문제부모가 있다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부모 역할도 자녀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부모교육’이란 말까지 생긴 것 같다. 사실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기는 쉽지만 제대로 된 부모가 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 역할에 대해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가 되는 바람에 자녀를 기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모 역할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일이다. ‘무자식이 상팔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원인 중에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특성과 가족구조의 변화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여러 형제자매들이 한 지붕 밑에서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부모의 역할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중심의 핵가족이 보편화돼 역할 모델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자녀가 한두 명밖에 안 되다 보니 귀여운 나머지 응석받이로 키우거나 돈만 대주면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알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또 컴퓨터를 비롯하여 대중매체, 서적, 잡지 등을 통해 우리의 어린 자녀들은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기도 전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정보 범람은 부모도 예외가 아니어서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자녀교육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이럴 때마다 부모들은 많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는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개인의 인격을 중시하고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과거 사회처럼 권위주의적인 부모 역할이나 종적인 부모와 자녀관계는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대답은 이제 부모도 자녀에 대해 배우지 않으면 부모 역할은 고사하고 자식과의 기본적인 관계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자녀의 성장 단계별 특성과 이에 맞는 자녀 교육법을 배움으로써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부모 자신이 경험한 과거 회귀식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부모와 자식간의 거리만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제 부모는 지시자나 감시자가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자녀의 더욱 건강한 미래를 위해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모상이라고 본다.

도현심(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 교수)

부모 자녀교육 관련 기관 현황
기 관 전 화 홈페이지
이화여대 인간생활환경연구소 02-3277-2940 home.ewha.ac.kr/∼heei
중앙대 산업교육원 02-820-6213∼5 mecca.cau.ac.kr
건국대 평생교육원 02-450-3266 edulife.konkuk.ac.kr
다솜아동청소년연구소 02-596-0501 www.u21.com/dasom
서울시립동부아동상담소 02-2248-4567∼9bhang.seoul.kr/
정인아동상담센터 02-571-4981www.jungincc.com/
한국아동상담센터 02-3476-5009/5019www.adongclinic.co.kr/
모니카아동가족지원연구소 02-2008-1187 www.moni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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