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2003 통영국제음악제…봄 선율에 젖은 '동양의 나폴리'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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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에 알 듯 말 듯 꽃향기가 섞여드는 3월 말, 통영의 저녁 대기는 달콤하다. 한 도시의 음악축제에서 세계적인 음악제전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통영국제음악제가 25일 저녁 ‘동양의 나폴리’인 경남 통영시의 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독일 실내악단 ‘앙상블 모데른’ 등이 참가한 오프닝 콘서트에서는 이 지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오보에 협주곡 등 이해하기 힘든 20세기 음악어법의 작품이 울려 퍼졌지만 자리를 가득 채운 청중들은 시종 진지한 눈빛과 열렬한 갈채로 축제의 첫 밤을 만끽했다.

올해는 세계 최고권위의 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등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졌고 지난해부터 선보인 프린지(Fringe·주변부 축제) 행사도 더욱 다양해졌다. 매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벤트에는 자발적인 ‘표사기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1년 내내 축제를”=개막연주회에 앞서 25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2006년으로 예정된 축제음악당 완공계획과 함께 음악제의 실질적인 상설화 계획이 발표돼 지역민과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박성용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장은 “15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500석의 리사이틀홀, 세미나실 등을 갖춘 국제 수준의 복합 문화센터를 건립한 뒤 3, 4월 두 달은 국제음악회에 활용하고 그 외 1월 신년음악제, 6월 재즈음악회, 9월 경남국제콩쿠르, 11월 국악음악제 등으로 1년 내내 문화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주변부 축제=올해 ‘프린지’ 최고 화제의 이벤트는 30일 오후 6시반 통영여객선터미널 광장에서 열리는 ‘프린지 갈라콘서트’. 가수 조영남씨가 행사 총감독을 맡았다. ‘윤이상 교가합창제’와 윤도현밴드의 축하 공연 등이 펼쳐진다.

윤이상은 1956년 유럽 유학길에 오른 뒤 이전의 작품을 모두 목록에서 지우기로 결정했지만, 통영초등학교를 비롯한 37개 학교를 위해 작곡한 교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자랑스러운 지역 선배’로서 윤이상의 모습을 가슴 깊이 지니게 했다. 고려대 교가도 그의 작품. 행사에는 통영고 등 지역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과 고려대 합창단이 출연한다.

▽1급의 합창, 관현악, 실내악=공식 행사의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 524년의 긴 역사를 가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이 유서 깊은 화음을 들려준다. 베이스를 한 옥타브 내리는 ‘깊은 저음(Basso Profondo)’이 인상적인 합창단. 이번 축제의 여러 프로그램이 서울과 통영에서 동시에 치러진다는 점도 새롭다.

빈 필하모닉 연주회 외에 후고 볼프 현악사중주단(26일) 하인츠 홀리거와 앙상블 모데른의 연주회(27일) 등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www.timf.org, 055-640-4959

통영=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통영국제음악제 주요 공식 프로그램
일시제목장소내용
3.27 오후 7시세종 솔로이스츠통영시민회관 대극장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그리그 ‘홀베르그 모음곡’ 등
3.28 오후 7시음악과 종교 2후고 볼프 현악 4중주단이 연주하는 하이든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3.29 오후 7시러시아 합창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이 연주하는 러시아 종교음악과 민속음악
3.30 오후 1시음악과 종교 3충무교회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성 요한 크리스토솜을 위한 리투르기’
4.1 오후 7시오페라 ‘꿈’통영시민회관 대극장빈 현대오페라단과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하는 윤이상의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과 ‘류퉁의 꿈’
4.2 오후 7시반폐막연주회주빈 메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장영주 협연으로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등

통영국제음악제 주요 프린지 프로그램
일시제목장소내용
3.28 오후 10시반, 29일 오후 9시아보에 재즈 콰르텟페스티벌하우스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심야 재즈 콘서트
3.29 오후 10시반, 30일 오후 10시반투오미 재즈 트리오
3.30 오후 4시남해안 별신굿한산도(3시 통영 여객선 터미널 출발)어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중요 무형문화재 공연
3.30 오후 6시반프린지 갈라콘서트통영여객선터미널 광장조영남과 함께 하는 윤이상 교가합창제, 윤도현밴드 축하공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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