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보길도 상수원댐 증축공사 "문화유적 훼손우려"

  • 입력 2003년 3월 10일 21시 12분


전남 완도군이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1587∼1671)선생의 유적이 산재한 보길도에서 상수원 댐 증축공사에 들어가자 주민들이 문화유적 훼손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군이 문화재보호법 상 사전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민들의 반대의견도 묵살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14개 마을 이장단과 청년회, 번영회 등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완도군은 보길면 부황리에 총 사업비 273억원을 들여 2006년까지 150만t 규모의 보길상수원 댐 증축공사를 벌이기로 하고 현재 토지 매입 및 수도관 매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공사는 1986년 지어진 42만t 규모의 기존 댐 길이를 270m에서 380m로, 댐 높이를 20m에서 30m로 각각 늘리는 것으로 댐 하류에는 정수장 등 시설이 들어선다.

그러나 주민들은 증축공사로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표작 ‘어부사시사’의 무대이자 조선시대 정원의 백미로 꼽히는 고산의 부용동 원림(園林) 유적이 상당 부분 훼손될 것이라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고산이 옥구슬 구르는 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해 ‘낭음계(朗吟溪)’로 이름 붙인 계곡의 일부가 정수장 시설이 들어서면 자취를 감추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저수용량이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적자산의 오운대(五雲臺), 독등대(獨登臺), 상춘대(賞春臺) 등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수록된 바위들을 볼 수 있는 도로가 수몰된다는 것.

주민들은 특히 이 댐이 사적 368호로 지정된 낙서재((樂書齋), 동천석실(洞天石室)에서 500m안에 위치해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문화재 전문가들의 사전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며 군청 항의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 강제윤씨(38)는 “군이 고산기념관 건립 등 유적 복원을 위해 363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유적의 인근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산의 문화유산을 수장시킬 수 있는 상수원 댐 공사를 강행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 조정옥 위원장은 “댐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의 35%만 있으면 바닷물 담수화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예산을 절감하고 문화유적의 훼손을 막는 다는 차원에서라도 댐 공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완도군 관계자는 “가뭄 때 제한급수에 시달리는 보길도와 인근 노화도, 넙도 주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서는 댐 증축이 불가피하다”며 “증축 공사로 인해 훼손되는 유적도 거의 없고 주민설명회 때도 공사에 반대한 주민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완도=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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