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 컨설턴트 포기 교육벤처로 간 조진표씨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08분


미국계 경영자문회사인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던 조진표(趙眞杓·32)씨는 지난해 말 직장에 사표를 내고 형이 몸담았던 교육 벤처기업으로 전직했다. 연봉은 전 직장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형이 못다 한 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두 살 위였던 형 진만(眞晩)씨가 세상을 떠난 건 2001년 9월. 당시 유명 논술강사였던 진만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폐렴에 걸린 지 며칠 만에 숨을 거뒀다. 학생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오전 3시가 지난 시간에도 벌떡 일어나 고민을 들어주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무료 강의까지 마다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형이 떠난 뒤 진표씨는 왠지 모를 공허감에 시달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 대학원을 마친 그는 딜로이트 한국지사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고액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터였다.

그러나 추모 사이트에 여전히 형을 ‘살아있는 선생님’으로 기리는 글이 올라오고 경기 수원시의 납골당이 언제나 학생들이 두고 간 꽃으로 넘쳐나는 것을 보고 점차 형의 교육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진만씨가 꿈꿨던 교육은 ‘언제 어디서나 재미있게 하는 공부’. 학교나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통해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는, 이른바 ‘공교육과 사교육의 조화’였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터넷 인프라가 걸음마 수준이던 1995년 개인 홈페이지에 교육자료를 올리는 일을 첫걸음으로 1996년 영상논술 CD롬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택에 그는 1999년 교육 분야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2000년 뜻을 함께한 이들과 온라인 교육 벤처 기업을 만들었다.

진표씨는 형이 몸담았던 회사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회사운영방안 마련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그는 “제가 걸어온 분야와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있는 힘을 다해서 누구나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보렵니다”라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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