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현실에 안주하려는 국립대 교수님들…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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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공모제와 평가제가 속속 도입되는데 우리는….’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난장판’이 된 국립 안동대는 30일 서울의 대학들이 유능한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교직원이 머리를 맞대는 뉴스를 접하고 더 침통해진 분위기다.

안동대를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총장을 새로 선출하는 전국 9개 국립대학이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교수와 직원들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수들은 “교수들만이 총장 선출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직원들은 “학교 대표인 총장 선출에 교수들만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직원들의 요구에 수긍은 가지만 현행 규정을 고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안동대 직원들은 이미 9월부터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우선 교수의 선출권 비율은 70%로 하고 나머지는 직원과 학생이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직원들은 “교육환경이 급변하면서 유능하고 경영능력이 탁월한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대학의 존립과 직결되는데 후보 7명이 과열 혼탁 파벌조장 같은 구시대적 행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교수는 직원들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한 교수는 “솔직히 직원들 주장에 억지가 어디있나. 학교를 대표하는 총장이라면 구성원들이 최대한 참여해야 하고 선거과정도 투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 변화를 애써 외면하려는 교수들의 폐쇄적 분위기가 참으로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공약으로 ‘교수 월급 50% 인상’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학교재정 담당직원들은 “무슨 돈으로 교수 230명의 월급을 이만큼 인상할 수 있느냐. 현실을 모르는 이런 후보들에게 학교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어쩌면 국립대라는 이유로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에 둔감했던 안동대가 총장 선출문제를 계기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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