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학력평가 분석]중3 '학력 3弱'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28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학력이 낙제 수준이고 특히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의 학력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9월 17일 시내 359개 중학교 가운데 82.6%인 294개교의 중3 학생 9만5324명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 대한 학력평가를 처음 실시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학력평가 결과〓이번 학력평가는 서울시교육청이 98학년도부터 고입 연합고사가 폐지되고 내신 성적만으로 고교에 진학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변경되면서 학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데다 학력 저하 논란이 있어 올해 처음 실시한 것이다.

학력평가 결과 과목별 평균 성적이 국어는 74.08점으로 비교적 무난하지만 수학 59점, 영어 58.16점, 사회 54.24점, 과학 46.67점 등 나머지 4개 과목은 60점 이하의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50% 집단의 평균 성적은 국어 88.07점, 수학 82.94점, 영어 81.91점, 사회 72.06점, 과학 64.36점으로 비교적 높은 반면 하위 50% 집단은 국어 60.09점, 수학 35.06점, 영어 34.41점, 사회 36.42점, 과학 29점에 그쳤다. 국어를 제외한 4개 과목에서 하위 50% 집단의 평균이 상위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상위권과 하위권의 성적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학습 결여〓학생 성적을 분석하면 종합적이고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에서 특히 정답률이 낮고 1, 2학년 과정에 대한 문제를 많이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출제 교사는 “1, 2학년 때 배운 것을 많이 틀렸다는 것은 기본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집단간의 점수차가 큰 수학 영어 과목은 수준별 수업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응시생 각자의 총점과 영역별 백분위 점수만 개별 통보했으며 석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며 “평균점수가 국어는 70점, 나머지 교과는 60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지만 평균 60점을 목표로 내는 시험은 없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반응이다.

▽공부 안 하는 분위기〓과목간 난이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학력평가 결과는 전반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대사범대부속중 이현미(李賢美·가정) 교사는 “고입 시험이 없어진 뒤 상위권은 그래도 열심히 하지만 중하위권에서는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요즘은 학교보다 학원 공부에 매달리고 공부보다 특기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부일중 이진호(李珍浩) 교장은 “고교 진학이 내신 전형으로 전환되면서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빼고는 공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학력을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해 볼 수 있는 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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