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의연품 '나홀로' 기탁자·익명의 기부자 늘어

  • 입력 2002년 9월 17일 15시 13분


"겨울 옷을 보내니 필요한신 분께 나눠 주세요"

수재지역인 강원 강릉시청 공무원들은 요즘 각지에서 보내오는 수재의연품을 접하면서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를 되뇌고 있다.

공무원들은 온 국민이 동참했던 월드컵의 응원 열기에 못지않게 밀려오는 의연품을 접수, 분배하느라 밤을 지새기 일쑤다.

16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남부새마을금고 부녀회에서는 한 트럭 분의 수재의연품을 전달했으며 함께 온 자원봉사자 34명은 소매를 걷고 복구작업에 나섰다.

부녀회장 정상열(鄭相烈·56)씨는 "자원봉사를 간다고 하니 상인들이 '못 가서 미안하다'며 슈퍼에서는 칫솔, 우유대리점은 우유, 약국은 드링크류를 모아 어느 덧 한 트럭 분이 됐다"고 말했다.

1일부터 17일까지 수재민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강릉시청에 보내온 물품은 15t 트럭 450여대분. 강릉시청에는 연일 수재의연품을 배달하는 택배회사 직원들의 발걸음도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나홀로' 기탁자와 익명의 기부자가 몰려와 과거 단체위주의 수재의연품 기탁과는 뚜렷이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 인제주민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쌀 12포, 이불 25채, 라면 8박스, 과일 2박스를 보내왔으며 익명의 부산시민도 새 옷 4박스와 모기약을 전했다. 물품들에는 된장과 고추장, 김치, 겨울옷, 생리대 등 필수품들이 많았다.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주소난에 '다음 카페 늘푸른 나무 사랑' 등 인터넷 동호회 주소만 밝히는 경우도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들과 유리상자 펜클럽 등 인기 연예인의 펜클럽, '트로트 가수 일동', '청소년 순결운동본부', '서울 중국교민협회' 등 다양한 단체들도 성의를 표했다. 장애인들을 돌보는 '서울장애인자활복지회'도 시름에 잠긴 수재민을 위로했다.

공무원들은 '좀 더 공평하게' '좀 더 신속하게'라는 5개항의 강령까지 만들어 이들이 보낸 뜻있는 의연품들이 잘 전해지도록 힘을 쏟고 있다.

조대규(曺大圭·51) 강릉시 사회복지계장은 "섬세함과 따뜻함이 담긴 수재의연품을 접할 때마다 감격스럽고 고맙다"며 "신속하게 분배해 수재민들의 추석이 외롭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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