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구성은선수 “자전거는 애인이자 분신”

  • 입력 2002년 9월 12일 20시 52분


“자전거를 보면 순박한 친구 같아요.”

한국 여자사이클의 희망인 대구동부공고 구성은(具聖恩·18)양.

대구만촌자전거경기장에서 333m 트렉을 질주하던 구 양은 “자전거는 애인이자 분신”이라며 자전거 자랑을 쏟아냈다.

구 양은 지난달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사이클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사이클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것은 82년 이후 처음이며 여자선수가 은메달을 딴 것은 한국사이클 역사상 50년만에 처음 맞은 경사.

“자전거를 아끼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전거와 한몸이라는 자세로 정신을 집중시켜 페달을 밟을 때 좋은 기록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166㎝ 몸무게 55㎏의 아담한 체격의 구 양은 동부여중 2학년 때 사이클과 만났다. 페달을 밟을수록 자전거에 푹빠져 동부공고로 진학해 한국사이클의 미래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올 3월 86㎞ 개인 도로경기 등에서 4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체전의 도로경주 때 1등으로 달리다 체인이 끊어지는 바람에 길 옆에 앉아 엉엉 울었어요. 이를 악물고 연습했어요.”

자전거를 누구보다 아끼는 구 양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만 바르게 타는 문화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양을 3년째 지도하고 있는 양영학(楊永學·40) 동부공고 감독은 “자전거를 성은이처럼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늘 성실하게 연습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 나라에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넘쳐 사이클도 인기종목이 됐으면 좋겠다는 구 양은 11월 열리는 전국체전을 위해 경사 38도인 경기장을 향해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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