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아들 병역면제 의혹 검찰측 문제제기 요청했다”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14분


검찰측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민주당 의원에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를 먼저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병풍(兵風)정국에 파문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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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兵風 기회수사' 의혹 증폭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은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박영관(朴榮琯·서울지검 특수1부) 부장이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 아들 병역면제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 올 3월 수사를 결심했다고 한다”며 “검찰이 먼저 인지(認知)수사를 하기 곤란하니 대정부질문 같은 데서 문제를 제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쪽에서는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해) 세 가지 정황을 갖고 왔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세 가지 정황이 뭐냐’는 질문에 “이 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적기록표가 엉망이었으며, (97년 대선 당시) 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고, 이 후보의 사위 최모 변호사가 (구속중인) 김 전 청장을 면회한 직후 김 전 청장이 입을 다물었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 전 청장을 면회한 변호사는 이름이 비슷한 다른 변호사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검찰은 다른 건을 조사하려고 김 전 청장을 잡아왔는데 김 전 청장은 (정연씨 병역면제에 관한 수사인줄 지레짐작하고) 불어버렸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검찰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대정부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확인해보았으나 일부는 맞고 일부는 사실과 달라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저녁 서청원(徐淸源) 대표 주재로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22일 오전 서 대표가 직접 대국민 기자회견을 가진 뒤 당소속 지구당위원장 전원이 서울지검을 항의방문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김정길(金正吉) 법무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의원의 발언으로 현 정권의 정치공작 실체가 드러났다”며 “박 부장검사는 검찰 수사라인에서 즉각 물러나고 정치검사는 구속 수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부장검사는 “나는 이해찬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고 그와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없다.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연루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법무부는 당초 21일 발표키로 예정했던 재경(在京) 지청장 이하 중간 간부 및 평검사들에 대한 전보 인사를 22일로 하루 연기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이정연씨 병역 면제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의 거취 문제를 확정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그동안 유임이 유력시돼온 박 부장은 이날 이해찬 의원의 발언 파문에 따라 전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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