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전사자 4명 참담한 삼우제

  • 입력 2002년 7월 3일 22시 13분


서해교전 전사자 4명의 삼우제(三虞祭)가 열린 3일 정오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묘지.

깊은 슬픔에 눈물도 말라 버렸을까. 장교 및 사병 묘역에 둘러앉은 유족 30여명은 무겁게 짓누른 적막을 깨고 이따금 오열하곤 했지만 이젠 흐느낌마저도 힘이 없어 보였다.

고 서후원(徐厚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씨(49)는 뭔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한반도의 서쪽에서는 교전이 벌어져 생때같은 우리 아들이 죽었는데, 동쪽에서는 금강산 관광객들이 야단법석이니…. 군인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월드컵이 성공했겠는가.”

고 황도현(黃道顯)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씨(55)는 “돈에 연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를 지키려다 죽은 군인의 사망 보상금이 고작 3000만원이라니. 그저 참담한 느낌이 들 뿐”이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고 조천형 중사의 아내 강정순씨(29)는 가끔씩 터져 나오는 오열을 감추지 못했지만 다부진 다짐을 잊지 않았다.

“백일된 딸이지만 앞으로 훌륭하게 키워 먼저 간 당신의 사랑에 꼭 보답할게요.”

고 윤영하(尹永夏)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씨(61)는 “해군 선배로서 아들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뿐”이라며 “다만 정부가 아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우제를 준비한 대전국립현충원 영현계 우홍기(禹洪基) 반장은 “이날 오후 1시경 의식이 끝났지만 유족들 모두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묘비 주변을 몇 시간씩 맴돌아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5일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서해교전에서 부상한 장병들을 위문하기로 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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