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그룹 사기사건 수사정보 “신승남씨, 홍업씨측에 알려줘”

  • 입력 2002년 7월 3일 06시 55분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의 무역금융 사기 혐의에 대한 지난해 서울지검 외사부의 수사 당시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 대검 차장이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 측의 청탁을 받고 수사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2일 신 전 총장이 홍업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에게서 이재관 전 부회장을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사 상황을 알아본 뒤 김성환씨에게 수사 내용을 알려줬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총장은 청탁을 받고 지난해 3월 수사팀에 수사 진행상황을 알아본 뒤 김성환씨에게 “이 전 부회장이 귀국해도괜찮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검찰게이트 수사 급속진전…신승남前총장 소환 초읽기

김성환씨는 신 전 총장의 말을 홍업씨의 대학 후배인 이거성(李巨聖) 풍산프로모션 대표에게 전했고 이씨는 일본에 건너가 이 전 부회장에게 이런 사실을 알린 뒤 이 전 부회장과 함께 같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신 전 총장을 소환해 김성환씨에게서 청탁을 받고 수사 상황을 알아봐주거나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2000년 12월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자 이씨에게 “검찰에서 선처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5000만원을 건넨 뒤 일본으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김성환씨와 함께 홍업씨에게 청탁 받은 사실을 보고했고 홍업씨가 “선처 가능성을 알아보라”고 하자 신 전 총장에게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수사 선처 청탁을 했다는 것.

검찰은 이 전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불구속기소된 직후 홍업씨 측에 전달한 5억원이 청탁에 대한 성공 사례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신 전 총장이 지난해 5월 울산지검이 내사 중이던 평창종합건설의 당시 심완구(沈完求) 울산시장 등에 대한 뇌물공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성환씨에게서 청탁을 받았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총장의 혐의가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성환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3건의 검찰 수사를 담당했던 부장검사 3명을 재소환해 사건 처리 과정에 신 전 총장 등 검찰 고위층의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홍업씨에게서 성원건설 화의인가 청탁을 받고 담당 직원에게 직접 청탁내용을 지시한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조만간 불러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홍업씨에 대한 구속기간이 끝나는 10일 홍업씨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