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종건 파문]검찰 로비받고 서둘러 내사 끝냈나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38분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가 평창종합건설에 대한 울산지검의 내사와 관련해 “검찰 간부에게 얘기해 해결해주겠다”고 말하며 금품을 수수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김성환 김홍업씨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도중 평창종건 김모 전무가 지난해 8월 울산지검 내사사건 종결에 대한 감사 표시로 1억원을 전달했다는 김 전무의 진술을 확보했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2000년 말 심완구(沈完求) 울산시장과 구민원 전 울산시 도시계획국장(구속) 등 울산시 공무원들과의 유착관계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으며 구체적인 비리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고 지난해 5월 내사를 종결했다.

김 전무가 금품을 전달한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사 종결 전에 김성환씨가 “검찰 간부에게 얘기해주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문제가 해결돼 ‘성공 사례비’ 1억원이 포함된2억원짜리 약속어음을 전달했다는 것이 김 전무의 진술이다.

만일 김성환씨가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결과 평창종건에 대한 내사가 종결된 사실이 밝혀지면 사건의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검찰은 그러나 김성환씨가 검찰 간부를 상대로 실제로 금품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김성환씨가 받은 것이 약속어음이고 검찰 간부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관련자 진술도 없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김 전무는 약속어음 2억원 가운데 1억원은 평창종건이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를 받는과정에서 김성환씨가 도와준 대가이고 나머지 1억원은 사건무마에 대한 대가라고 진술했으나 ‘검찰 간부’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는 것.

특히 약속어음이 검찰 간부에 대한 금품 로비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김성환씨가 검찰에 로비를 벌이지 않고 중간에서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지검의 갑작스러운 내사 종결, 금품이 성공사례비로 전달된 정황, 김성환씨가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는 정황 등으로 볼 때 김성환씨가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금품로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울산지검의 갑작스러운 내사 종결 경위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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