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아파트 게이트' 회오리…분당 백궁-정자지구 특혜분양

  • 입력 2002년 5월 3일 07시 01분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서 밝힌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기 성남시 ‘분당 백궁 정자 지구의 파크뷰 특혜분양’은 또 다른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청와대와 검찰 등이 김 전 차장의 뒷조사를 했다는 것은 친인척 비리를 다스려야 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그 비리를 불법적으로 은폐하는 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탄원서 내용의 사실 여부와 폭로 배경〓물론 김 전 차장의 주장이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며 일부 왜곡됐거나 과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 전 차장이 국가정보기관의 국내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일단 그의 ‘정보’의 신뢰도는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그가 자신의 재판부를 상대로 거짓 주장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그가 밝힌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가 갑자기 이런 민감한 내용을 밝힌 배경도 궁금한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구속돼 올 1월 31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8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그가 탄원서를 제출한 시점은 검찰에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 관한 문제를 자백할 무렵이었다.

따라서 김 전 차장이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으로 권력 주변의 비리를 밝히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파크뷰 특혜 분양과 관련해 ‘판검사’를 언급함으로써 재판부에 ‘부담’을 주려 했다는 추정도 할 수 있다.

▽제2의 수서비리 가능성〓파크뷰 특혜 분양은 지난해 논란이 된 분당 백궁 정자지구 특혜의혹 사건과 직접 연결돼 있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사건을 ‘제2의 수서비리’라고 주장하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했었다.

지난해 3월 분양된 분당 ‘파크뷰’는 포스코개발과 SK건설이 공동 시공한 1800여가구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다. 백궁 정자지구에서 최대 규모인 데다 2만여평 규모의 테마공원 및 녹지공간을 갖추고 있어 100 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축비로 90억원이 투입된 모델하우스에는 분양 첫날에만 1만명이 몰렸고 1주일 동안 1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김 전 차장의 주장대로 이처럼 관심을 끌었던 아파트의 분양에 ‘특혜’가 있었다면 관련 공무원들은 수뢰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특혜에 해당하는 만큼의 ‘뇌물 수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을 상대로 아파트를 싼값이나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해도 똑같다. 어느 경우든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아파트의 시행사가 에이치원(H1)개발이라는 점도 심상치 않다. 에이치원개발은 백궁 정자지구의 특혜 의혹을 받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부당 용도 변경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회장 이재명 변호사)는 에이치원개발 대표 홍모씨와 성남시장 등과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는데 홍씨 측에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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