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구하다 숨진 박성경군 모교에 추모비

  • 입력 2001년 12월 24일 21시 27분


“성경아! 우리의 영원한 친구야! 네가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 같구나. 하늘나라에 있더라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살자꾸나. 보고싶다 성경아.”

1999년 6월 5일 친구 2명과 경북 의성군 다인면에 놀러갔다가 1명에 하천에 빠지자 뛰어들어 친구를 구한 뒤 자신은 숨진 박성경군(당시 안계중 1년)이 급우들의 증언과 주민, 의성군청의 노력으로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義死者) 제121호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박군이 3개월간 다녔던 안계중 교정에는 며칠 전 친구들과 주민, 교직원, 의성군 직원 등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박군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추모글 ‘우리의 친구 성경이에게’를 쓴 3학년 박하늘군(14)은 함께 뛰놀던 운동장에 추모비가 서 마치 성경이가 돌아온 것 같다 고 말했다.

2년 전 사고 당시 박군과 함께 있었던 안재홍군(14)은 “고등학교에 함께 진학하지 못해 성경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착한 성경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안군은 박군이 자신을 구해주고 물에 빠지자 구하려고 다시 뛰어들었으나 구하지 못한 것이 가슴아프다고 했다.

우창구(禹昌龜) 교장은 “아이들의 우정이 가슴 뭉클하다 며 성경이가 보여준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학생들 가슴 속에 깊이 담겨 세상을 살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한 박군 부모는 2년 전 사고 때 의성교육청에서 모아준 성금 400만원을 제막시 행사 때 학교도서비로 맡겼다.

박군 어머니 김진숙(金鎭淑·45)씨는 “천사가 우리 집에 잠시 머물다 떠난듯한 느낌 이라며 성경이가 친구들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의성=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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