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기자의 눈

  • 입력 2001년 12월 4일 17시 09분


3일 발표된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통지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은 답답한 심정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시험 직후 가채점 결과로 이미 예상은 했지만 60점 이상 떨어진 자신의 성적을 확인한데다 자신의 성적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성적을 발표하면서 성적의 전체적인 분포를 보여주는 총점 누가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아 일선학교 진학지도 교사와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김성동(金成東) 평가원장은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숫점까지 따지는 총점에 의한 선발 관행을 지양하고 전형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해 총점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 고 밝혔다.

평가원은 당초 보도자료에는 수험생 전체 평균점수나 상위 50%의 평균점수 등 성적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빼버렸다.

김 원장은 “언어 수리 수리탐구 과학탐구 외국어 등 평가도구가 다른 영역의 시험을 합산하는 것은 교육평가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 며 “추가 자료 요청에는 그런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고 총점공개 불가 입장만 되풀이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그렇다면 교육부가 그동안 비교육적인 정책을 해왔다는 말이냐. 태도가 너무 오만했다” 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와 평가원의 태도를 보면 “‘성적 대폭락’ 의 충격을 우려해 자료를 감추려 한다” 고 의심받을만한 소지가 충분하다.

수험생들은 영역별 원점수나 변환표준점수를 더해 보지만 전국 석차는 알 수 없다며 누가분포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진학지도 교사들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입시학원들이 추정한 원점수 기준 누가분포표를 토대로 진학 상담을 하는 실정이다.

“수험생이 알아서 찾아가라” 는 무책임한 태도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부정확한 사설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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