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에 신음하는 구리토평 '녹색도시' 대신 잿빛 하늘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15분



한강과 그린벨트에 둘러싸인 녹색전원 도시로 개발된다던 경기 구리시 토평지구에 각종 혐오시설이 밀집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지역 집단주거시설 분양 당시 시에서 혐오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사후대책도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구리시는 극소수 주민들의 이기적 민원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어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실상〓지난달 23일 구름이 낮게 깔린 오후 토평지구 우남아파트 일대에는 매캐한 냄새가 뒤덮고 있었다. 그 시각 600m 떨어진 하루 50t 소각 규모의 하수슬러지 소각장에서는 토평지구 쪽으로 흰색 소각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주부 강옥자씨(39)는 “여름에는 밤새 베란다에 까만 분진이 쌓이곤 한다”며 “하수냄새와 소각냄새로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10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하수슬러지 소각장과 일반 쓰레기 소각장 그리고 하수처리장이 토평지구와 맞닿아 있으며 ‘자원회수시설’로 이름붙인 쓰레기 집하장, 아파트형 공장, 버스 차고지에 이르기까지 택지지구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가득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내년중 들어설 공장형 아파트와 버스차고지 주변에는 각각 수택초등학교와 수택고교가 자리잡고 있다. 수택초등학교를 둘러싼 도로에는 인도가 없어 어린이들이 차량들 사이로 피해다니며 통학하는 등 지금도 위험한데 교통유발 시설을 세우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것이 중론.

토평지구 내 구리여중∼광개토로 구간은 왕복 4차로로 계획되었지만 현재 2차로만 공사가 끝난 상태라 광개토로를 거쳐 강변북로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온종일 병목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98, 99년 아파트를 분양받을 당시 환경처리시설과 버스차고지 등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9월부터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리시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 홍흥표씨(39)는 “소각장과 하수처리장이 바로 코앞에 자리잡고 있는데도 구리시는 님비로만 몰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며 “무조건 이전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시 반박〓구리시 관계자는 “반드시 필요한 소각장 등 환경처리시설은 33.3㎢의 좁은 시면적 중 외곽 지역에 세울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토평지구 주변에 몰리게 됐으나 안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소각장은 93년 기본계획을 세워 95년 주민대표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입지를 결정해 환경영향평가를 거쳤으며 분양공고에도 명기되는 등 모든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시는 소각로에서 검출되는 다이옥신은 기준치인 ㎡당 0.1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에 훨씬 못미치는 0.013ng에 불과하며 극소수 주민들이 반발할 뿐이라고 밝혔다.

학교앞 차고지도 아파트 분양전 이미 도시계획시설로 고시돼 있어 버스회사에서 자진해 이전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책은 없다는 입장. 하지만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추가해 주민과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족한 도로와 대중교통망은 내년부터 예산투입과 업체 유치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구리〓이동영기자>argus@donga.com

▼구리 토평지구는▼

96년부터 토지공사 주도로 추진되어온 택지개발 지구로 구리시 토평동과 수택동 일대 26만평에 6000여가구 규모. 현재 5000여가구의 입주가 끝났다. 서울 접근성이 좋고 한강조망이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98, 99년 분양당시 100 대 1이 넘는 인기를 끌었으며 프리미엄도 소형 1000만원에서 60평대는 1억원 이상 붙는 등 남양주 덕소와 함께 수도권 최고 인기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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