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증기탕 불허땐 월드컵 외국인 투숙 거부”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전국의 관광호텔업계가 슬롯머신과 관광목욕장업(증기탕)의 영업을 허가해주지 않을 경우 2002년 월드컵 참가 선수단과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의 객실 예약을 취소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 관광호텔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광주 전남북 지역 40개 관광호텔 대표들은 9일 광주 코리아나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가 1993년 슬롯머신 등 관광오락업을 사치향락사업으로 매도해 호텔업계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슬롯머신과 증기탕의 영업을 허가해주지 않을 경우 월드컵 한국숙박사업단과의 FIFA 패밀리 객실 예약을 취소하고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 투숙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관광호텔에는 사치향락산업의 올가미를 씌워 제한하면서 강원랜드에는 폐광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이를 허가하는 등 형평성을 잃은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호텔 경영난 타개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오락업 등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광호텔 대표들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월드컵 투숙 예약 전면 취소는 물론 관광사업등록증을 반납하고 관광호텔 사업을 포기하는 등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486개 관광호텔 대표들은 12일 서울 한국관광공사 앞에서 ‘월드컵 투숙 보이콧’ 결의대회를 갖고 관광오락업을 옥죄는 관련법의 개정 및 행정규제 완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전국의 관광호텔 중 218개 관광호텔이 2002년 월드컵 기간(5월26일∼7월3일)에 FIFA 패밀리용 객실 2만2000여개를 내주기로 FIFA 숙박 대행사인 영국 바이롬사와 협약을 맺은 상태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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