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대형참사 벌써 잊었나

  • 입력 2001년 11월 7일 21시 53분


경남 마산에 사는 한 30대 주부는 최근 내장산으로 단풍산행 을 다녀오면서 겪었던 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관광버스에서 관광객 40여명 중 마음맞는 남자들끼리 '부어라 마셔라' 하기를 한참. 이들은 술기운이 오르자 기사에게 '한 노래' 하자고 요구했다.기사가

"차 안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돼있다" 고 거절하기를 몇차례.

그러나 '장사 하루 이틀 하느냐' , '범칙금 내주면 될거 아니냐' 는 닥달에 못이겨 테이프를 틀었고, 신이 난 '아저씨' 들은 복도를 오가며 목청을 돋웠다.

이 주부는 "불쾌감도 그렇지만 불안해서 혼이 났다" 고 털어놨다.

대진고속도로 서진주 매표소 부근에서 관광버스가 추락, 22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한 참사가 일어난 것이 올 7월 24일. 가무(歌舞)행위가 사고의 한 원인이었다. 당연히 안전띠 미착용이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운수업체 관계자를 불러 회의를 열었고 단속에도 들어갔다.

고속도로 순찰대 6지구대가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대진고속도로에서 단속을 벌인 결과 적발된 차량은 343대. 가무행위가 85건, 안전띠 미착용도 135건이나 됐다.

요즘도 평일은 50여건, 주말이면 80여건씩 단속에 걸린다. 노래기기를 박스에 담아 자물쇠로 채운 채 싣고 다니는 관광버스도 있다.

이처럼 탈법이 여전한 것은 가무행위의 경우 5만원, 안전띠 미착용 3만원 등 범칙금이 비교적 적고 벌점도 아예 부과되지 않기 때문.

6지구대 김대호(金大浩) 부대장은 "승객들이 '범칙금을 대신 내주겠다' 는 조건을 걸고 버스안에서 흥청망청 노는 경우가 많다" 며 "안전수칙을 지키려는 의식이 아쉽다" 고 말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건망증' 과 '안전 불감증' 이 또다른 대형사고를 잉태하고 있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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