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지역 지난해 러브호텔 2배 늘어

  • 입력 2001년 11월 6일 14시 55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지역에서 지난 1년 사이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텔이 오히려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일산신도시의 한복판인 장항동 호수공원 앞 공터에 들어설 예정인 문화의 거리 조성 계획안에도 숙박시설과 유흥시설이 포함돼 있어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6일 고양시에 따르면 현재 일산신도시 내에서 영업중인 속칭 러브호텔로 불리는 숙박시설은 모두 29곳으로 러브호텔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16곳)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기존의 호텔은 한 곳도 문을 닫지 않은 채 공사 중이던 업소들이 그 사이 속속 준공돼 영업을 개시했기 때문.

현재 일산신도시에서 러브호텔로 불리는 40∼50실 규모의 호텔이 가장 많은 곳은 탄현동(10곳)으로 모두 올들어 새로 문을 열었다. 대형 나이트클럽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백석동에도 같은 규모의 호텔 7곳이 영업중인데 이 중 3곳이 올들어 영업을 개시했다.

지난해 연말 고양시는 백석동과 마두동에 있는 호텔 2곳을 매입해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처럼 호텔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 건설업체가 일산신도시의 중심인 장항동 760 일대 6600여평에 ‘문화의 거리’ 를 조성한다며 이 지역에 호텔과 대형 유흥업소를 세울 계획을 고양시에 제출했으며 고양시는 이를 허가할 움직임을 보여 말썽을 빚고 있다.

건설업체인 C사는 이 일대에 극장과 공연장을 비롯한 문화집회 시설과 업무시설 등 6개동의 건물을 짓는 문화의 거리 조성계획안을 최근 고양시에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는 연면적 700여평에 객실수 50여개 규모의 숙박시설과 500여평 규모의 나이트클럽이 들어올 수 있는 위락시설이 포함돼 있다.

이 계획안은 현재 설계를 마치고 고양시 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이며 올 연말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 곧바로 착공할 계획이다.

문화의 거리 조성 예정지는 일산의 마지막 노른자위 상업용지로, 주변에는 검찰과 법원 등 관공서가 내년 말 입주할 예정이고 방송센터 부지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이 곳이 중심상업용지 또는 중심업무용지로 돼 있어 숙박시설이 들어서더라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데다 부지 매각이 이미 끝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일산신도시의 관문이며 중심지인 이 지역에도 러브호텔이 들어서면 일산 전체에 ‘러브호텔 벨트’ 가 조성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양시 러브호텔 및 유흥시설 난립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공대위) 김인숙(金仁淑·47) 공동대표는 “일산에 마지막 남은 공간을 러브호텔과 유흥시설로 채울 수 없다”며 “다시 시민들의 힘을 모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또 고양시에는 장항동 일대 30만평에 관광숙박문화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숙박시설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문화의 거리는 대규모 패션몰과 10여개의 극장 및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일산의 명소가 될 것” 이라며 “외부 주민들의 방문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해 최소한의 숙박시설과 유흥시설을 포함시켰다” 고 밝혔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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