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학산이발관 박산근씨 "힘 있을때까진 이발봉사 해야죠"

  • 입력 2001년 9월 24일 21시 28분


“이발 봉사라도 할 수 있는게 즐겁습니다.”

1954년부터 경북 청도군 이서면 학산2리에서 ‘학산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산근(朴山根·72) 할아버지. 그는 1956년 대구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이용사 자격증을 땄다.

일본 야마구치(山口)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해방과 함께 부모님의 고향인 청도로 돌아왔다.청도읍에서 머리깍는 일을 배운 그는 23세때인 1954년 학산이발소를 차린뒤 지금까지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노인에게 무료이발을 해주고 있다.일본에 살 때 미군의 폭격을 받아 다친 다리 때문에 2급 지체장애다.

“60년대엔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무척 가난했습니다. 머리가 길어도 깍고싶을 때 깍기 어려웠어요.이용사 자격증을 따면서 이발 봉사를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이 때부터 박 할아버지는 이서면에 있는 학생 수만명에게 무료로 머리를 깍아줬다. 90년대 들어 학생이 줄고 미장원이 생기면서 할아버지를 찾는 학생은 거의 사라지자 대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 무료이발을 해주고 있다. 4평짜리 이발소안에는 학교와 군청에서 받은 감사장이 빼곡하다.

이발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그는 이발봉사와 함께 장남으로서 동생들 뒷바라지도 어렵게 해냈다. 남동생 을술씨(65)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장이며 여동생 희자씨(58)는 숙명여대를 마치고 현재 주미한국대사관의 외교관 부인이 됐다. 박 할아버지는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이발 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도〓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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