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硏 98~99분석]환란뒤 소득줄고 세금은 늘어

외환위기 직후 경기가 얼어붙었던 98년은 물론 경기가 살아난 99년에도 50대 후반 연령층의 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의 돈벌이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못한데도 세금부담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조세연구원이 5일 내놓은 ‘외환위기 발생 후 2년간의 소득―소비 및 개인 세(稅)부담의 변화 분석’이란 연구보고서에서 밝혀졌다.

▽‘고개 숙인 50대 후반’〓98년엔 모든 연령층의 소득이 크게 줄었으며 특히 20대와 60세 이상의 타격이 컸다. 99년엔 대부분의 소득은 늘었다. 특히 벤처붐으로 20대 초반의 평균소득이 급증했다.

그러나 가구주가 50대 후반(55∼59세)인 가구의 연간 평균소득은 97년 3224만원에서 98년 2895만원으로 10.2% 줄어든 데 이어 99년에도 2847만원으로 1.7% 감소했다. 50대 후반은 ‘경기회복의 사각지대’에 빠진 셈이다.

조세연구원 성명재(成明宰)연구위원은 “50대 후반은 조기퇴직 및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직업을 잃은 뒤 대부분 재취업을 하지 못했다”며 “이들은 재취업이 상당히 어려우며 다시 직장을 얻더라도 불안정 고용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득증가를 앞지르는 세금 부담률〓가구별 평균 연간 소득은 98년 2452만원에서 99년에는 2708만원으로 늘었으나 97년의 2802만원보다는 낮았다.

그러나 개인의 ‘실효 세(稅)부담률’은 97년 8.09%에서 98년 8.42%, 99년 8.96%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 실효 세부담률은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각종 소득세와 소비세 중 세액공제 등을 뺀 실제 납부세액 비율을 말한다. 1인당 평균 세금 부담액 자체는 97년 226만원에서 98년 206만원으로 줄었다가 99년에는 242만원으로 급증했다.

98년에는 소득 감소로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부담은 줄었지만 세수감소를 메우기 위한 교통세율 인상 등의 여파로 세금부담이 늘었고 99년엔 소득이 회복되고 소비지출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세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득분배 구조는 악화 후 다소 개선〓하위 20% 가구의 총소득 비중은 97년 9.30%에서 98년 7.74%로 떨어진 뒤 99년 9.63%로 높아졌다. 반면 상위 20% 가구는 97년 34.53%에서 98년 36.61%로 상승했다가 99년 35.21%로 하락했다. 다만 99년에도 일부 ‘최고 소득층’의 소득은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98년에는 소득분배구조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속에서 ‘빈익빈’이 두드러졌고 99년에는 분배구조는 다소 나아진 가운데 ‘부익부’라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며 “최근 경기가 다시 나빠지고 있어 분배구조 변화추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중장년 실업자 35만명…넉달새 40% 늘어▼

중장년층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5일 노동부에 따르면 2월말 현재 40, 50대 실업자 수는 35만8000명으로 지난해 10월 25만명보다 4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장년층 실업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영향으로 99년 2월 55만8000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지난해 10월 25만명까지 줄어들었으나 그 뒤 11월 25만7000명, 12월 27만3000명, 올 1월 31만9000명, 2월 35만8000명 등으로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98년 2월까지는 청소년 실업자 수가 중장년층 실업자 수보다 많았지만 이후 중장년층 실업자 수가 청소년 실업자 수를 10만명 가량 초과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IMF 체제 이후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중장년층이 늘어난 데다 이들의 재취업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는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체에 전직지원(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 도입을 권장하고 중장년층 실직자의 재취업 훈련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중장년층 채용을 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