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회원권 100억대 사기 적발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50분


일부 유명 골프장의 회원권 사기가 잇따라 적발됐다. 가짜 회원권이나 비인가 회원권을 파는 사기극에서부터 골프장 직원이 회원권 브로커로부터 ‘떡값’을 받고 사기행각을 도와주는 등의 ‘천태만상’이 드러났다.

▽레이크사이드CC 사건〓광고회사 대표인 이동선씨(37·구속기소)는 99년 돈이 있어도 쉽게 살 수 없어 국내 골프회원권 중에서 ‘황제회원권’으로 통하는 경기 용인시의 서울레이크사이드CC의 가짜 회원권을 팔아 큰돈을 벌기로 했다.

이씨는 99년 2월부터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 관계자들에게 “유력한 정치권 인사들을 통해 회원권을 분양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이들이 모집한 고객 박모씨 등 10여명에게서 지난해 11월까지 분양대금 명목으로 모두 22억31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이 골프장 예약실장인 장성집씨(59·구속기소)에게 “회원권 분양과 골프장 이용예약(부킹) 등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14회에 걸쳐 7600여만원을 주기도 했다.

장씨는 이씨가 사기극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골프장 명의의 회원권 가접수증을 허위로 만들어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회원권 분양이 사기극임을 알게된 중개업자 최정희씨(37·구속기소)가 동원한 폭력배에게 폭행당한 이씨가 이를 신고해 서울지검 특수3부(김우경·金佑卿부장검사)가 수사에 나섬에 따라 드러났다.

또 회원권 중개업을 하는 김원익씨(39·구속기소)도 99년 10월 고객 김모씨에게서 이 골프장 회원권 분양금 명목으로 4억원을 받아 이중 1억9000여만원을 주식에 투자하는 등 횡령했다가 이번에 검거됐다.

▽여주CC 사건〓경기 여주군에 있는 여주CC를 관리 운영하는 ㈜아이지엠 사장 김정석씨(50·구속기소)는 불구속 기소된 이사 서기준씨(35) 등 2명과 함께 95년과 96년 당국이 허가한 회원수를 초과해 고객 1178명에게 비인가 회원권을 발행, 78억원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김씨는 99년에는 회사돈 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아이지엠 주식의 60%를 갖고 있는 인석장학회 이사장인 이환의 한나라당 부총재(70)와 서재근 이사(72)는 올 1월까지 아이지엠 김씨 등에게서 각각 1억3600만원과 4400만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여주CC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98년 사망한 실제 소유주 서모씨(당시 66세)가 타살됐다는 유족의 투서가 최근 검찰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서씨는 98년 5월21일 오전 양 손목과 발목에 면도칼로 그은 상처가 난 채 골프장내 연못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서씨는 “골프장을 김정석 현사장에게 사실상 넘긴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지만 유족은 자살에 의문을 제기하며 골프장 경영권을 둘러싼 타살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지검 강력부(이준보·李俊甫부장검사)는 재수사 결과 역시 자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현 경영진의 비리가 드러났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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