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수기물 관리소홀로 수질 79% 기준이하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52분


정수기를 거친 물이 수돗물보다 오히려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 건강증진을 내세워 2003년까지 시내 1194곳의 초 중 고교에 정수기를 설치하려는 방침이어서 이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에 수질검사를 신청한 초 중 고 및 대학교 12곳에서 채취된 정수기 물 19건 중 79%인 15건이 일반세균과 산성도 등 먹는 물 수질기준에 못미쳐 부적합판정을 받았다.

특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수기 물 중에는 일반세균이 먹는 물 수질기준(100CFU·배양전 세균 수/㎖ 이하)의 최저 3배인 300CFU에서 최고 36배인 3600CFU까지 검출됐다. 또 T초등교 B초등교 J중학교 등 3곳에서는 정수기 물의 산성도가 기준치(¤ 5.8∼8.5)보다 낮은 4.8∼5.4로 측정됐고 C고에서는 물 1ℓ에 1㎎ 이하인 먹는 물 수질 기준의 1000배가 넘는 1010㎎의 아연이 검출됐다.

반면 12곳에서 채취한 수돗물 16건은 모두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김종래(金鍾來·강서1)의원은 이 자료를 공개하면서 “초 중 고교에 맹목적으로 정수기를 설치하려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정수기를 거친 수돗물이 대체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정수장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거나 옥내배관 청소를 제때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수기 설치만 믿고 관리에 소홀할 경우 정수기 물의 수질은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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