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안티사이트 개설…네티즌 접속 폭주

  • 입력 2001년 1월 30일 16시 51분


'살신성인을 실천한 의인'인가, '반일감정에 힘입은 영웅'인가.

술취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에 대한 추모열기가 뜨겁지만 이수현씨에 대한 안티사이트도 있다.이곳에는 네티즌들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30일 정오쯤 개설된 사이트 '삐딱한 시선'(http://www.freechal.com/outlook)에는 개설 수시간만에 수백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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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안티사이트 전문

사이트 개설자는 게시판의 전문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이나 국민들의 반응이 이상할 정도로 과열돼 있다"며 "이수현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자기가 재수없는 일본인을 살리고 죽은 사람과 같은 한국인이라는 데서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그는 이어 "물에 빠진 원생 3명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강권영님, 서울 중랑천에서 어린아이를 구하고 자기의 목숨을 잃은 정대교님을 당신은 기억하는가"라고 반문하고 "결국 다른 의미에서는 가슴속에 뿌리박혀 있던 반일감정의 표출이 아닌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트에는 1~2분이 멀다 하고 새로운 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곧바로 이에 대한 반박이 뜨면서 찬반양론이 뒤섞여 고 이수현씨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중에는 "과연 일본인이 아니라 그냥 한국인을 구했어도 지금 같았을까?"라며 개설자의 의견에 지지를 보내는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사이트개설자 당신! 죄값을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까지 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은 이수현씨 안티사이트에 대한 찬반의견을 요약한 것이다.

◆찬성의견

△송환석=고 이수현 님이 그런 고귀한 행위를 한 장소가 2호선 신도림역이었다면, 우리가 그의 죽음에 이토록 열렬한 관심을 보일 것인가?

그의 죽음은 결코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쪽발이에 대한 한국인의 너그러운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은 그의 죽음을 오히려 왜곡하는 유치한 짓이라고 본다.

그는 '한국인의 우상'이 아니다. 그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의 본을 보인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 진정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누구=이수현님이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일본인'을 구했기 때문이겠죠.

지금 이수현님의 학교에서는 추모비를 세울 계획까지 있다고 하던데,그럼 지금까지 남을 구하다 저 세상에 가버리신 모든 분들은 뭡니까?

그의 죽음을 과대포장하는 우리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여겨지지 않으십니까

△나그네=분명 이수현님의 행동은 보통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살신성인의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목숨을 버린 사람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그런데 그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도 사람들이 왜이렇게 이수현씨의 죽음을 가지고 난리법석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많은 사람들도 기억해줍시다.

그사람들도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조주연=어제 뉴스에서 그렇게 크게 떠들어 대는 걸 보구 놀랬어요.그게 뭐 대단하다구.

또 한명의 영웅 탄생인가? 인지상정으로 애도의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사건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반대의견

△차령=내 나라 국민을 위해 희생한 것보다 우리가 악감정을 가진 나라의 술취한 아저씨를 위해 희생한 것이 수현님을 조금쯤 더 대단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해서 그리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조금쯤은 더 영웅대접을 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보라=이수현님이 전차가 달려오는 그 순간 그 사람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한 그 따뜻한 마음을 '안티 이수현'이란 다섯자로 더렵혀선 안될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물론 사람들의 기억에 조차 있지 못한 많은 희생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이수현님처럼 추모받지 못했다고 해서 이수현님의 안티를 만드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지요. 꼭 사람들이 살신성인 하는 이유가 성대한 추모를 받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운영자님께서 일본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가지고 계신듯 한데 그것은 님의 편견이나 생각이지 우리 모두의 편견이나 생각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아셨으면 합니다.

△죽음=김민성님. 당신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많이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매스컴에서 떠든다고 영웅이니 어쩌니 그 말 하기 이전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당신에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조용히 고 이수현님을 추모해야할 때입니다."

◆중도의견

△한국인=관리자님이 홈페이지의 이름을 바꿔서 좀더 완화적인 표현을 쓰신다면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것 같구요.

두번째는 이 곳에 오셔서 관리자를 비난하시는 분들께서 좀 더 냉철하고 차분하게 민성님의 글을 읽어보시고 시각을 달리 하셔서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땅을 사는 어느 누구도 이수현님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김민영=모두가 조금씩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건데,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넘어갈 수 있는 걸 이렇게 싸움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고인의 죽음을 의미없이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희정·오세린/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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