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자금 400억이상 96년 총선전 정계 유입

  • 입력 2000년 10월 4일 05시 04분


옛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나온 수백억원이 96년 제15대 총선 직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제공된 사실이 검찰의 계좌추적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돈의 출처와 최종 사용처를 둘러싸고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김대웅·金大雄검사장, 주임검사 박용석·朴用錫 2과장)는 안기부의 자금 수백억원이 96년 4·11총선 직전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제공된 사실을 포착하고 이 돈의 흐름을 집중 추적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 돈의 규모는 최소한 4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돈이 국가예산에서 배정된 안기부 자체 자금인지, 아니면 안기부가 기업 등에서 별도 모금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따라 당시 안기부장 권영해(權寧海)씨와 운영차장 김기섭(金己燮)씨 등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자금조성 경위와 전달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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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과 관련, 93년 이후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이 회사에서 11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100억원)를 받은 최만석씨(59·수배중)의 자금을 추적하던 중 이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월 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최씨의 자금 가운데 거액이 96년 총선 직전 당시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겸 국회 국방위원장인 황명수(黃明秀·현 민주당 고문)전의원의 비밀계좌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황전의원의 계좌에 대한 자금흐름을 추적하던 중 거액의 안기부 자금이 유입돼 알스톰사 로비자금과 뒤섞여 돈세탁된 사실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의원은 93년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최씨로부터 알스톰사가 고속전철 차량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안기부가 수백억원의 자금을 조성, 수차례의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신한국당을 통해 총선 후보 최소한 100명 이상에게 1인당 수억원씩 선거자금으로 지급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 가운데 100여억원은 경남종금을 통하고 나머지는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돈세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월부터 지금까지 10여차례에 걸쳐 비밀리에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금추적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안기부 자금이 누구를 통해 신한국당에 전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당시 신한국당 후보들이 이 돈의 출처와 성격을 알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수형·신석호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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