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버스 참사]"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학부모 통곡

  • 입력 2000년 7월 15일 01시 14분


한마디로 연옥(煉獄)이었다.

3박4일간의 신나는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부산 부일외국어고교 1학년 학생들을 덮친 것은 화염과 시커먼 연기였다. 구조를 요청하는 학생들의 외마디 비명소리와 엄마 아빠와 친구를 부르는 애절한 목소리가 뒤섞였고 일부 학생들은 불길을 피해 창문을 깨고 필사의 탈출을 했다.

▼사고 현장▼

○…사고 현장은 버스와 승용차 등 7대의 차량이 모두 전소하는 등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

도로는 사고 차량에서 흘러 나온 기름이 흥건히 고였고 관광버스 1대가 추락한 도로 옆 15m아래 논바닥 곳곳에는 학생들의 소지품이 흩어져 있었다.

▼병원▼

○…사망자 7명이 안치된 김천 제일병원은 오후 9시가 넘어 유족들이 들어서면서 슬픔의 도가니.

오후 9시40분경 병원에 도착, 딸 김수전양의 사망을 확인한 어머니 박애경씨(39)는 “학교측이 왜 더운 여름날 그것도 장마때 수학여행을 실시해 딸을 죽게 만들었느냐”며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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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하나양(16)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오후 10시경 병원을 찾은 이양의 어머니는 부상 당한 학생들을 잡고 “우리 하나가 어떻게 됐는지 말해달라”고 하소연하다 탈진해 누워있는 김수전양의 어머니를 발견하고는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 ○…이번 사고는 버스의 앞부분에서 불이 난데다 창문이 열리지 않아 대형 참사로 번졌다고 생존자들은 증언.

▼부일외고▼

○…부산 사하구 감천1동에 있는 부일외고는 사고소식을 전해듣고 찾아온 200여명의 학부모들로 온통 울음바다. 사망한 한 남학생의 학부모는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외교관이 되겠다던 꿈도 펴보지 못하고 그렇게 떠나버리느냐”며 복도바닥에 주저앉아 절규.

<김천·부산〓정용균·지명훈·석동빈기자>cavatina@donga.com

▼사망자 명단▼

△유동달 유준영 임민성 정희수 이지훈 이경민(이상 남학생)

△김수전 김은희 이하나 전지언 정성실 황혜정 이정은

(이상 여학생·남녀 모두 부일외고 독일어과 1년)

△주천식(관광버스 운전사) 강하식(40·포텐샤승용차 운전자) 신원미상 3명(승용차 탑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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