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출 약사법 개정안]대체조제 사실상 금지

  • 입력 2000년 7월 13일 23시 29분


보건복지부는 13일 임의조제를 금지하고 대체조제 역시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일반의약품의 낱알 혼합판매 규정 때문에 의료계로부터 임의조제 근거조항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39조2항을 삭제하는 대신 일반약의 최소포장 단위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시장 원리에 따라 제약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생산판매토록 했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의 사전 준비와 재고 의약품 문제 등을 고려, 6개월의 경과기간을 둬 연말까지는 낱알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개정안은 또 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에서 의약계가 정한 600품목 내외의 상용처방약에 대해서는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없도록 해 약사의 대체조제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다만 상용처방약이 아닌 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약효 동등성이 인정된 품목에 한해 대체조제를 허용하되 환자에게 설명하고 당일 또는 늦어도 3일 이내에 의사에게 통보토록 했다.

복지부는 또 약사법에 중앙 및 시 군 구 의약협력위원회 설치 근거를 규정하고 분기별로 45일 전에 상용처방약 목록을 협의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약사법 개정 외에 지침 등을 통해 저가약품을 사용하면 의사와 약사에게 의료보험 급여상의 인센티브를 주고 지역약사회가 병원과의 협의하에 병원 내에 ‘의약분업 안내센터’를 설치, 약국안내 및 처방전 팩스 전송 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의-약계 반발…진통 클듯▼

정부가 약사법 개정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의약계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약사법 개정이 의약분업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결정적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개정안은 임의조제를 막고 대체조제 역시 사실상 금지하는 것으로 지난번 의 약 정 3자간의 회동에서 의사와 약사단체간에 의견접근을 이루었던 내용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 안을 토대로 대한의사협회 및 공식적으로 약사법 개정 논의 불참을 결의한 대한약사회측과 물밑집촉을 계속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양자의 입장중 ‘최대공약수’를 뽑아내 최종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최종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6인소위에서 마지막으로 의약사 단체간 최종 의견 조율을 거치겠지만 최근 압수수색을 당한 의협과 약사법 내용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약사회 모두가 당초보다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의사와 약사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원입법으로 약사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정부 최종안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협은 이미 약사법이 의료계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으면 휴진을 포함한 재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국회에서 정부안을 토대로 약사법이 개정되더라도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의협측은 임의조제 금지와 관련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것과 상용처방약외의 품목에 대해 대체조제를 허용한 것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한약사회측은 정부안이 의사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고 약계의 입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약사들이 극도로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약사회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정부안은 의사가 의약품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흥분했다.

한편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이강원(李康源)사무국장은 “정부안은 그동안 시민운동본부가 주장해온 차광주사제의 의약분업 예외대상에서의 삭제, 저가 의약품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제 등이 빠져 있어 의약품 오남용 근절의 실효를 거두기 어렵고 약제비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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