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해결 변수들]국민들 '인내' 어디까지…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22일 병의원의 집단 폐업이 사흘째 계속됐다. 정부는 내심 “국민의 저항에 부닥쳐 폐업이 3, 4일 정도면 끌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먼저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폐업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23일 당정회의에서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에 대해 의료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이번 의료대란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단폐업 사태의 해결은 사실 ‘수많은 변수와의 싸움’이다. 현재로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의료계의 요구를 충족시킬 정부의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 정치권도 약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약사법 개정 등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사실 의보수가 일부 인상 정도 외에는 다른 카드는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의료계는 약사법 개정을 위한 최고 통치권자의 약속을 주장하고 있지만 시행도 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대통령이 약속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공의가 집단 폐업에 참여하고 의대생이 동맹휴업 등을 통해 가세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의사협회 집행부 일각에서는 당초 “일단 폐업을 통해 최대한 실리를 챙긴 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사법을 개정한다”는 투쟁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턴과 레지던트가 폐업에 동참하면서 투쟁 수위를 조절하기 어렵게 됐고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의쟁투의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의협과 의쟁투 집행부의 주도권 다툼 양상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가 겉으론 ‘의권 쟁취’를 주장하고 있지만 의권 쟁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경영이 어려운 동네의원 의사들은 대개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의보수가 인상 등 ‘돈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가 돈 몇 푼 때문에 이러느냐”는 입장을 갖고 있는 대학교수와 대형 종합병원 의사들은 차제에 소신 진료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의료환경 자체를 바꾸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폐업이 지속되면서 당장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의원들의 이탈 조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집단폐업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민의 반발이다. 의협 관계자는 “폐업 초기에는 환자들이 참는 분위기였지만 차츰 국민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어 솔직히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폐업이 철회된다면 정부와의 타협 때문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끝까지 모른 채 할 수 없는 의사의 양식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다.

의협 관계자는 “타결이 안될 경우 폐업을 자진 철회하고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적극적인 태업투쟁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23일 정부의 협상안을 의료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폐업 사태가 다음주 초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 ‘솔로몬의 지혜’는 정말 없는 것인가.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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