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천식을 앓던 70대 노인이 평소 다니던 동네병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으며 산모가 출산할 병원을 못 찾아 33시간 동안 헤매는 등 병원의 진료거부 사태가 속출했다.
20일 새벽 안남영(安覽永·71·서울 성북구)씨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평소 치료를 받던 K의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아 오전 8시경 인근 S병원으로 옮기는 중 숨졌다고 유족들이 21일 밝혔다.
부인 유정례(柳正禮·64)씨는 “3, 4일에 한번씩 병원 치료를 받던 남편이 ‘병원폐업 때문에 치료를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20일 새벽 남편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택시가 노인 환자를 보고 태워주지 않아 공중전화로 119에 신고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이 갑자기 길바닥에 쓰러졌다”며 “구급차가 도착해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21일 새벽 경기 고양시 일산 백병원에서 딸을 낳은 차모씨(33·경기 용인시)는 19일 오후 3시경 산통을 느낀 뒤 병원 폐업으로 33시간 동안 서울과 경기지역의 병원 4곳을 전전하다 간신히 출산할 수 있었다.
또 21일 오전 10시경 공장에서 일하다 전기톱에 오른발 엄지발가락 등 발가락 3개가 절반 가량 잘린 박모씨(56·서울 중랑구)도 병원 2곳을 거쳐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도착, 6시간여만에 겨우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인철·이승헌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