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協 "퇴직금 취하안하면 연수생 불허" 比에 협박공문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박상희·朴相熙)가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낸 필리핀 국적 산업연수생의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필리핀 인력송출회사에 협박공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공문은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민주당 내 ‘외국인노동자 인권개선대책반’의 일원인 박회장이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대표 정귀순·부산 부산진구 전포2동)에 따르면 필리핀인 미네르바 푸욕(27·여)은 산업연수생으로 대구 동구 용계동 S섬유업체에서 23개월 간 일하고 퇴직한 뒤 올 3월 대구지법에 퇴직금 180만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협중앙회는 4월22일 필리핀의 인력송출회사인 파워하우스사에 공문을 보내 “이번 소송을 막지 못하면 연수생 파견정지 조치를 포함한 모든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것.

이 압력에 못이긴 파워하우스사는 필리핀 행정부에 “푸욕의 이름을 필리핀 노동자 감시명부에 올려 정부에서 주최하는 해외 고용프로그램 참가자격을 영원히 박탈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 필리핀 내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욕의 소송을 대행해주고 있는 정씨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도입과 관리를 맡고 있는 중소기협중앙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계약조건 따라 이의제기”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외국 산업연수생들의 경우 계약조건에 따라 송출회사를 상대로 이의제기를 하기 때문에 파워하우스사에 통상적인 공문을 보냈다”며 “박회장이 직접 결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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