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씨가 도피한 사실을 확인한 99년 11월 이후 전담 검거반을 편성, 전국 각지의 공항과 항만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또 전국 여관 2000여개를 돌며 장기투숙자 명단을 골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공항-여관등 검색 헛수고▼
그러나 그는 6개월째 감감 무소식. 검찰은 갑갑하기 짝이 없다. 로비의혹의 ‘깃털’인 호기춘씨만 구속한 상태에서 그를 잡지 못한다면 ‘실패한 수사’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씨를 열심히 추적했지만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최씨가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99년 말 입국할 때 사용했던 정식 비자로 출국한 기록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최씨가 지난해 검찰에 출두했다가 자취를 감춘 사실이 밝혀진 즉시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며 그의 국내 체류를 믿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믿음’에는 허점도 있다. 먼저 그가 내국인 여권이 아니라 미국 여권으로 출국했을 가능성. 94년 무렵 서울지검 공안부에서 재미교포 A씨를 수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검찰은 A씨가 출국한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몇 개월 동안 그의 국내 연고지를 뒤졌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출국한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미국 여권을 이용해 출국했던 것이다. 최씨도 A씨처럼 미국 영주권자여서 미국 여권을 이용해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
▼위조여권으로 출국했을수도▼
최씨가 위조여권을 이용해 출국하거나 밀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000억원대의 주식 사기사건으로 구속된 변인호씨도 지난해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입원중인 병원을 탈출해 위조여권으로 해외로 도피했다.
또 검찰이 지난해 10월 최씨를 불러 조사한 뒤 출국을 금지하기까지 길게는 1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1개월이면 마음만 먹으면 도주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고 말한다.
최씨가 검찰의 추측대로 국내에 있다 하더라도 그를 검거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씨 자신이 추적당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꽁꽁 숨어버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의 로비 대상이었던 사람들의 ‘도피 방조’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나타날 경우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인사들이 최씨를 더욱 깊이 숨겨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최씨의 얼굴사진 공개로 신고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을 뿐 뾰족한 방법이 없어 검찰은 이래저래 한숨을 짓고 잇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