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로비의혹]검찰 崔씨 왜 그냥 놔줬을까

  • 입력 2000년 5월 10일 23시 19분


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의 주범인 로비스트 최만석씨(59)는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고 또 어떻게 ‘아무 일 없이’ 귀가할 수 있었을까.

최씨가 99년말 대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남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최씨가 조사를 받은 시점은 99년 10월말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는 대검 중수부 2과가 이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한 시점.

당시 수사 관계자는 10일 “최씨를 불러 몇가지 조사를 했지만 정관계 인사 등에 대한 로비의혹은 강하게 부인해 별다른 진술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97년부터 줄곧 내사를 해왔으며 1100만달러라는 거액의 로비성 자금이 오고간 사건의 주범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반응이다.

이 때문에 최씨가 검찰에 협조하고 정관계 고위인사 등에 대한 일부 로비사실들을 털어놓은 반대급부로 귀가조치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당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고 최씨가 제발로 걸어나온데다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있어 구속하지 않았을 뿐이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이날 오전 “97년 사건을 처음 내사한 서울지검 외사부 주임검사가 98년 인사발령이 나면서 ‘대형사건이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대검에 보고했고 대검이 줄곧 내사를 해 왔다”는 수사관계자의 설명과는 다소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사건이 대검에 보고될 무렵에는 최소한 사건의 윤곽은 상당부분 그려져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검이 수사를 미룬 데는 99년 한해 동안 검사들의 항명파동, 옷로비 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특검수사 등이 이어져 대형사건 수사를 할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최씨가 조사를 받은 10월말경은 검찰이 직접 연관된 두 사건들을 특별검사가 수사하던 상황이어서 이를 뒷받침한다.

아무튼 검찰이 손을 놓고 있다가 최씨가 잠적해버려 검찰의 체면을 구긴 것은 물론이고 그의 잠적이 장기화되면 로비의혹의 진상은 상당기간 미궁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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