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한양대, 미숙아서 정상아된 20명 초청 잔치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바람 앞에 등불 같던 너희들이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나주니 너무 고맙구나.”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2시 경기 구리시 한양대 구리병원 12층 강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어린이날 잔치가 열렸다. 96년 개원 이후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거쳐간 미숙아 어린이 20여명이 초청돼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되새기는 행사가 열린 것.

이들은 태어날 당시 몸무게가 1.5㎏이 채 안돼 인공호흡기를 달고 간신히 생명을 이어가야 했던 ‘극소체중아’. 보통 미숙아의 기준이 33주 미만에 태어나고 몸무게 2.5㎏ 미만인데 비해 이들은 25∼32주에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생존 자체가 어려운 아기들이었다.

특히 이들은 생존해도 지능이 떨어지기 쉽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부모들마저 생명을 거두는 노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세상의 빛을 보기 힘든 어린이들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병원에 다시 나타난 어린이들은 이제 또래들보다 몸무게가 조금 덜 나갈 뿐 극히 정상적인 아이들로 자라 있었다.

98년11월 엄마의 갑작스러운 임신중독증으로 임신 28주만에 태어난 박수현양은 몸무게가 0.83㎏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또래 친구들보다 걸음마를 먼저 시작할 정도로 건강했다. 96년11월 0.85㎏으로 태어난 최민지양은 벌써 유치원을 다닐 정도로 똑똑하게 자라났다.

수현이 어머니 신숙경씨(30)는 “주변에서 수현이가 살아나더라도 지능이 떨어질 것이라며 포기하라는 말이 많았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핏줄이 안보여 머리와 가슴 다리에 수없이 주사바늘을 꽂으며 열심히 견뎌준 수현이가 너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특히 이들 ‘신생아 중환자실 졸업생’들을 맞은 간호사들의 기쁨은 더욱 남달랐다. 서너달동안 침상에 붙어 있으며 이들의 생명을 지켜낸 간호사들은 춤과 노래로 이들 어린이들의 앞날을 축복했고 저마다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해 아이들 품에 안겼다.

이날 어린이들의 건강한 모습을 확인한 소아과 김창렬(金昌烈·41)교수도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김교수는 “분만아 100명중 두명꼴로 저출생분만아가 태어나지만 잘못된 사회적 편견으로 생명의 끈을 놓치는 아이들도 많다”며 “이 어린이들을 통해 그런 사회적 편견이 하루 빨리 사라지고 생명의 존귀함과 희망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