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 '영도다리' 집회 취소… 지역감정 되레 조장우려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총선시민연대는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영도다리를 건너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패무능정치인 퇴출과 지역감정 추방을 위한 전국 버스투어’를 벌이고 있는 총선연대가 21일 마산과 부산 등 경남지역에서 집회를 갖고 이 지역 시민들에게 지역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선거에 임해줄 것을 호소했다.

총선연대가 애초 부산지역 투어에서 집회를 계획했던 곳은 민국당 김광일 최고위원이 ‘자살론’을 들먹였던 영도다리 주변. 하지만 이날 총선연대는 영도다리 대신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가두행진을 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했다.

영도다리 집회를 포기한 것은 이곳이 도심에서 너무 먼데다 대중집회를 열기에는 장소가 좁다는 것이 이유. 그러나 진짜 이유는 ‘지역감정 타파’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영도다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경우 오히려 지역감정에 불을 지필 것을 염려해서다.

실제로 부산지역 총선연대는 16일 이곳에서 집회를 열고 영도다리를 ‘지역감정 극복의 다리’로 이름 붙이기도 했지만 영도다리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지역감정 극복에 도움이 안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총선연대의 이같은 ‘세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이곳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었다. 집회를 지켜본 심모씨(46)는 “시민단체의 ‘지역감정 타파’ 주장은 옳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여당에 도움을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부산총선연대 박재율(朴在律)상임집행위원장은 이같은 반응에 대해 “지역감정은 수십년간 진행된 것으로 한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후보자들이 스스로 지역감정 발언을 자제하고 시민들이 올바르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정책위주의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부산=현기득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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