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TV-냉장고 잘 팔린다…3000만원 TV도 곧 나와

  • 입력 2000년 2월 3일 17시 46분


자동차보다 비싼 초고가 가전제품의 수요가 소리소문없이 확산되고 있다. 제조회사들 조차 의외라고 여길 정도로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상류층 고가 가전품 몰려▼

가전제품은 비싸봐야 200만∼300만원이라는 일반인의 상식선을 뛰어넘는 이들 초고가 제품의 고객은 소득수준이 상위 5%에 속하는 부유층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전제품에 첨단 디지털기술이 접목되면서 1000만원 안팎의 초고가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 호황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부유층이 증가하고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은 심리가 사회에 퍼지면서 이들 제품의 수요가 확대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LG전자가 지난해 9월 국내외에 출시한 64인치 디지털 프로젝션TV의 가격은 웬만한 중형자동차보다도 비싼 1600여만원. 이 제품은 소득수준이 높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시장을 겨냥해 개발됐지만 아직 디지털방송이 시작되지 않은 국내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 현재까지 무려 200여대가 판매됐다. 홍보도 별달리 하지 않고 알고 찾아 오는 고객에게 주문판매방식으로 팔고 있는 셈치고는 대단한 규모다. LG전자측은 “62인치 디지털TV는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보일 만큼 화질이 선명하고 음질이 뛰어나다”면서 “초기라 가격이 비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전자가 지난해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42인치 벽걸이TV(PDP-TV)는 대당 가격이 850만원을 호가하지만 월 100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주로 기업체 학원 학교 등에 납품되지만 일반 가정 수요도 상당수라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처럼 자동차보다 비싼 가전제품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도 1000만원대 TV와 냉장고를 상반기중 국내에 시판키로 했다. 미국에서 9999달러에 팔리는 65인치 디지털TV는 1200만원, 인터넷접속 기능을 갖춘 600ℓ급 네트워크냉장고는 1000만∼1500만원에 각각 판매할 예정.

▼3000만원 TV도 곧 나와▼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고가 가전제품이 비싼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초고가 가전제품의 약진은 특히 TV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1600만원짜리 디지털TV에서 한술 더떠 올하반기중 60인치 벽걸이TV를 3000만원에 출시할 계획이다. 벽걸이TV는 투사를 통해 보여지는 디지털 프로젝션TV와는 달리 직접 구현방식이라 화질면에서 디지털TV를 압도하고 벽에 걸 수 있어 공간활용에 유리하다는 판단.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부문 구승평 사장은 “서울시내 아파트 한평값이 최소 1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벽걸이TV 시장은 대단히 밝다”면서 “대량생산으로가격이 현재의 반값으로 떨어지면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이 공간활용을 위해 신규 고급 아파트에 40인치 벽걸이TV를 부착키로 계약하는 추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