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평가와 전망]로비실체 규명 힘들듯

23일 막이 오른 국회 법사위의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간간이 눈에 띄었으나 예상보다는 치열한 공방없이 비교적 차분히 진행됐다.

이는 야당이 사직동팀 내사 및 검찰수사 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해 제보나 첩보수준의 내용으로 증인신문을 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추궁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를 ‘옷사건’에 끌어들이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나 여당의원들의 강한 방어로 정치쟁점화에는 이르지 못한 분위기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 등도 이 사건의 핵심쟁점인 옷값 대납요구와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관련 사안에 대해 “모르겠다”고 일관, 야당공세를 무력화시켰다.

특히 배씨는 연씨가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구속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 연씨가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돌려준 과정 등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해 답변하거나 알듯 모를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모른다”고 답변해 의구심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자 여야의원들은 “증인의 답변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질타한 뒤 위증할 경우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배씨의 답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배씨의 진술을 통해 검찰조사와는 다른 사항이 일부 새롭게 드러나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발표 때 배씨와 연씨 등이 작년 12월26일에 라스포사에 갔다고 했으나 배씨는 19일에 갔다고 증언해 검찰수사 내용을 뒤집었다.

또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자신과 이희호여사와의 관계를 들먹였다고 배씨가 증언한 점도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아무튼 옷사건 청문회는 25일까지 계속되지만 증인들의 성실한 답변이 전제되지 않는 한 로비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채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지엽적인 몇몇 사실이 드러나는 선에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