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女관광객 억류…『불순한 발언』 이유

  • 입력 1999년 6월 21일 23시 50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측 환경감시원에게 불순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만 하루 넘게 억류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대그룹은 21일 “19일 풍악호로 금강산 관광에 나선 민영미씨(35·여)가 북측 환경감시원에게 건넨 말이 문제가 돼 20일부터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민씨는 관광 첫날인 20일 하산하자마자 북한측에 의해 장전항 출입국 관리소 옆 북측 관광총회사 사무실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튿날인 21일 밤 9시까지 풍악호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때문에 풍악호는 민씨의 석방을 기다리면서 출항예정시간(7시)을 넘긴 밤 9시 현재 장전항에 발이 묶여 있다.

현대는 금강산 현지에 나가 있는 직원들을 통해 민씨의 귀선 허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측은 상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며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는 본사와 중국 베이징(北京)의 현대아산 협상대표단 및 관계당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한편 북측 관계자와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민씨는 20일 구룡폭포 관폭정 옆에서 북측 여자 환경감시원과 폭포 옆에 쓰여진 미륵불의 ‘미’자에 대해 대화를 시작한 뒤 귀순자들의 생활과 관련한 얘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씨는 대화과정에서 “북한에서 남한으로 귀순한 사람들은 지금 남한에서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했으며 북측 감시원이 이를 북측 당국에 신고해 하산후 벌금 100달러를 부과당했다.

금강산 관광선 운영사인 현대상선은 21일 현재 북한에 머물고 있는 관광객은 금강호 승객 540명과 민씨를 포함한 풍악호 승객 561명 등 1101명이라고 밝혔다.

현대는 북한이 관광객을 억류함에 따라 이날 오후 5시반 승객 540명을 태우고 동해항을 출항한 봉래호를 긴급회항시켰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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