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이례적 특수부 배정…「속전속결」예고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폭로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는 ‘고급옷 로비’ 사건의 진상 규명책임이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이 사건을 즉시 서울지검 특수2부에 배당, 수사에 나섰다.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특수부에 배당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검찰의 향후 수사가 파문의 조기진화를 위해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치달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수사의 초점은 옷 로비설을 둘러싸고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규명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형자씨의 폭로대로 연씨 자택에 밍크코트 세벌이 배달됐는지 여부와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부인 배정숙씨의 역할 등이 중점 조사사항이다.

이와 함께 연씨가 라스포사 정리정(본명·정일순)사장이 승용차에 몰래 넣어 보냈다는 털코트를 언제 돌려보냈는지 등 반환 경위와 연씨와 배씨가 과연 고급옷을 샀는지도 규명돼야 할 사항이다.

검찰은 청와대 사정조사팀의 1차검증 작업결과를 무시하고 원점에서 이같은 의혹사항의 진위를 낱낱이 가려내야만 한다.

그러나 검찰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아무리 철저하게 수사하더라도 검찰총장을 지낸 장관의 부인이 당사자인데 수사결과를 국민이 믿어 주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법무부 내에서도 명예훼손 고소문제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들끓는 여론을 진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의지의 표현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들인 고소인 연씨, 이형자씨와 이들의 연결고리 격인 배정숙씨 등 관련자를 모두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필요하면 ‘3각 대질신문’도 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또 정리정씨와 이씨가 운영하는 횃불선교센터 관계자, 수요봉사회의 일부 회원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장관 부인 외에 다른 장관급 부인들의 고급옷 구입여부 등은 수사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결과 이씨의 폭로내용이 허위인 것으로 입증될 경우 검찰이 이씨를 구속할지도 관심이다. 남편 최씨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주변에서는 이번 수사가 ‘해명성 수사’라는 비판만 받은 채 끝나 검찰의 위상에 또 한번 상처만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많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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